이혜순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로부터 자연은 인간의 삶 그 자체였다.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사상의 근원은 자연 속에 내재되어 왔으며 이러한 자연관은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모든 삶과 사회,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유구한 동서양 미술의 역사를 살펴 보더라도 자연이 전해주는 끝없는 생명력과 그 내적인 교감을 통한 정신적 미감의 표출은 회화예술이 지닌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자연은 누구에게나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열망을 가진다. 이러한 감정이 단순한 감상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식으로 재현코자 하는 의욕으로 이어질 때 이것이 곧 아름다움의 새로운 창조적 작업 즉, 예술이 되는 것이다.

국내화단의 역량있는 여류작가로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고 있는 이혜순 작가가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온 이 작가는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 감성적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 내면서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자연의 신비감과 우주의 상상력을 표출하고 풀잎, 곤충, 씨앗 등을 통해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숨결을 풀어내며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이미지가 초자연적으로 재구축된 이혜순 작가의 그림들은 강렬하면서도 감각적인 정서가 살아 있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자연 속에는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널려 있다. 우리 땅에 피어나는 들꽃, 작은 벌레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무엇보다 좋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제는 ‘함께 가는 것들’이다. “자연 속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심상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는 이혜순 작가는 자연의 다양한 테마들을 그만의 메타포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자연경관이나 일상적인 대상을 배치한 사물 등 그가 그려내는 자연의 이미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이 대부분으로 자연과 인간이 합일되는 나름의 미학을 구상과 비구상이 조화롭게 혼재된 활력있는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며 그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다.

습관처럼 ‘그리기’에 몰두하는 이혜순 작가에게 작업은 삶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다. 또한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영감이기도 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탁월한 묘사력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적 감성과 표현방법론상의 예리한 직관력은 다른 화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우아하면서도 화려함을 드러내며, 온화한 붓 터치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은은하고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도 명암의 대비가 교묘히 교직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감각적인 붓터치와 색의 조화가 적당히 병치를 이루어 질감과 입체적인 효과를 살리고 있으며 이러한 색채대비의 시각적 표현을 통해 이 작가는 본인의 화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지난 해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색채로 품는 이혜순-함께 가는 것들’ 전에서 60호 크기의 최근작 여러 점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작품 30여점을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이혜순 작가는 이후 1년만에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6일까지 서울시 노원구 소재 더갤러리숲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자연을 머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이혜순 작가가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는 ‘함께 가는 것들’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평면작업 ‘함께 가는 것들’ 시리즈를 비롯해 평면작업에 금속작업을 접목, 은판위에 원석재료를 이용한 금속작업 결과물을 선보이며 본인의 예술세계를 한 단계 더 승화시켰다.

미술관은 해마다 숫자적으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미술관 관람은 멀리 떠나지 않고도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의 장이 될수 있으며 창의력을 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이혜순 작가는 “미술관 문턱은 높은 것이 아니다. 편하게 그림을 보고 가면 되는데 그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중과 작가의 다른 해석은 작가 본인에게도 큰 자산으로 남는다. 내 작품을 감상하는 모든 이들이 활력을 얻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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