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세계적 관광 메카로

2019년 5월 29일 밤 우리는 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을 태우고 관광에 나섰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유람선이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힌 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숨졌고, 실종된 1명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후면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2주기를 맞는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뉴브강에 유람선을 띄워 관광객을 유치한 헝가리의 관광산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헝가리 만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에도, 독일의 라인강에도, 미국의 허드슨강에도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은 쉬임없이 운항중이다.

관광의 시각에서 우리의 한강을 바라보자.

한강은 강폭이 평균 750m이고, 넓은 곳은 1㎞가 넘는다. 프랑스 세느강의 강폭이 135m인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강이다. 이런 한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역사에서 한강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삼국시대에는 한강의 지배권을 장악한 나라가 한반도의 중심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통일신라와 고려시기에는 한강 유역의 호족들이 중추적인 귀족세력을 형성하였다.

조선이 건국되고 태조 3년(1394년) 한양으로 천도한 이후 한강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수도인 한양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그 하류에 굴지의 곡창지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수량과 지류로 인하여 조운(漕運)이나 수상교통이 크게 발달하여 경제적으로 커다란 기능을 발휘하였다. 육상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조선시대에는 자연 수상교통에 의지하게 되었고, 이 점에서 한강은 천혜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운이란 조세로 징수한 미곡·포목 등을 선박으로 운송하는 제도로, 조선 왕조는 각 군현에서 거두어들인 조세미를 인근의 강가나 해안의 조창(漕倉)·수참(水站)에 쌓아두었다가 이를 수로를 이용해 한양으로 운송하였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강의 나루로 역할을 했던 지역이 광나루(현재의 광진), 노들나루(현재의 노량진), 마포나루(현재의 마포), 상암나루(현재의 상암동), 양화나루, 여의나루 등이다.

그러나 1900년 한양에 전차와 철도가 놓였고, 한강에는 철교가 완성되었다. 이어서 1910년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가 시작되자 수로로서의 한강의 기능도 약화되고 말았다.

다만, 광복 이후 철도와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한강을 이용한 교통 기능이 사라진 대신, 한강은 각종 용수 공급과 수력발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거대 도시로 성장한 서울이 안고 있는 교통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엄청난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는 한강을 현재 상태로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참고로 싱가포르의 변신을 살펴보자.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을 건립하였다. 이 호텔은 57층 높이의 건물 3개동이 거대한 배를 떠받드는 형태로 지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허가를 내주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2개의 카지노 업체를 운영한 싱가포르는 39개의 카지노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라스베가스 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이 2016년 카지노 도입 관련 입법을 거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3곳을 오픈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연계하여 외화 획득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 하였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의 여행 및 관광 산업이 큰 고초를 겪고 있다. 더구나 2020년 5월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카지노 업체인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일본에 대하여 약 100억달러(약 12조 2,540억원) 투자하려던 계획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활용한 사업외에 문화 인프라 시설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싱가포르는 ‘세계문화 중심지’라는 목표를 세우고, 싱가포르 문화예술의 상징인 ‘에스플라네이드 해변극장’을 완공하였다. 이 극장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주변에 위치해 있는데,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개의 대형 콘서트홀과 극장, 그리고 쇼핑몰을 갖추고 있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 728㎢로 우리나라의 충청북도(740㎢)와 비슷하고, 인구는 2021년 기준 589만 여명이다. 이런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8년 1,850만 여명이었다. 2018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가 1,534만 여명인 기록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관광 산업이 싱가포르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시 관광의 시각으로 한강을 바라보자.

우선적으로 한강에는 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극장, 미국 허드슨강의 자유의 여신상 등과 같은 랜드마크성 구축물이 들어서야 한다. 여기에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류문화와 K-스타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한강 관광 인프라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또한 국익 차원에서 한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단체와 관련 노조의 협력 또한 관광 인프라 구축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는 정보화시대에 들어서 있고, 지구촌 전체는 총칼없는 경제전쟁의 전쟁터가 되어 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의 자원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적극적인 한강 개발을 주장하는 인사가 “한강 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매력적인 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한강에 우리의 전통과 한류문화를 접목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여 세계적인 관광 메카로 자리매김하도록 지혜를 모아가자.

싱가포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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