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옥란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오늘날의 미술은 과거와 달리 주제ㆍ기법ㆍ매체의 사용에 있어서 그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으며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표현 이전의 사고의 과정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미술 개념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확산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다원화된 특성과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일상성의 환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활용하여 표현방식이 극대화되었다. 이처럼 조형예술영역은 다원화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는 미술 자체의 내부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ㆍ문화적 변화와 맞물려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로 자신만의 디지털 조형언어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기옥란 작가가 한국화단의 역량 있는 여류작가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한 남다른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트랜스휴먼’(trans human)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조형감각으로 유목과 정착이 낳은 21세기의 신인류 ‘트랜스휴먼’을 통해 소통과 화해 그리고 관계, 나눔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기 작가는 지난 2010년 이래 ‘트랜스휴먼’을 화두로 천착해 오며 다양한 오브제와 구조적 조형요소들을 활용하여 예술적 사유로 표현하는데 집중해 왔다.

트랜스휴먼-레굴루스3
트랜스휴먼-레굴루스3

자크 아탈리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제시한 ‘트랜스휴먼’이라는 개념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적 삶을 뜻하는 노마드(nomad)적 가치와 농경 사회로의 발전 이후 세계의 문명을 이룩해낸 정착민적 가치의 융합이자 변증법적 사고의 경로를 거쳐 탄생한 신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 작가는 21C 새로운 인류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4D DNA(염색체), Digital(디지털),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와 3F Feeling(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작품의 큰 줄기로 하여 철학적 사유의 기본 바탕으로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깨달음, 시대정신, 감성을 잃지 않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기옥란 작가는 “작품의 주제인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통해 생명에 대한 충동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극복을 바라고 있는 대중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삶의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알고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대응하며 많은 여행과 예술 교류를 통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깨달음과 감성을 투영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Trans-Human)을 통해 바람직한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으로 유목과 정착이 나은 21C의 새로운 인간유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기 작가는 “인간은 생명 진화과정의 정점에 존재하고 있으며 인류 역사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고, 욕망과 초월이 교차하며, 정착성과 유목성이 혼재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유위에서 무위로, 도시에서 자연으로, 인간에서 자연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 사유의 축을 옮겨야 하고 존재세계와 인간이 화해하는 세상을 열어간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 정착과 이동은 삶의 변주곡처럼 전개되며, 떠나기 위해 머물고 머물기 위해 떠난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트렌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트렌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기옥란 작가는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초지성을 가진 21C 미래의 새로운 인간 ‘트랜스휴먼’과 신유목민 ‘네오노마드’ 시리즈 외에도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원형으로부터’,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은하수와의 조우’ ‘트랜스휴먼-레굴루스’ 등 유사한 작품세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신경회로망의 복잡함 속의 조화처럼 직선과 곡선의 만남, 인종과 인종의 만남, 문명과 문명의 만남, 이념과 이념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과 더불어 우리 안의 통일을 지향하고 하나뿐인 지구촌의 평화를 모색해 보고자 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더불어서 기작가는 정보통신기기로 무장한 채 전 세계를 떠도는 새로운 형태의 유목민을 트랜스휴먼으로 정의한 바 있다. 트랜스휴먼은 기작가만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오브제라고 한다. 정착민인 동시에 노마드인 트랜스휴먼은 국가와 민족, 문화와 인종,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온라인을 통해 많은 정보들이 이동하면서 문명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고 쇠퇴시키기도 한다”고 진단한 기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작품을 통해 폐쇄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더 큰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그리고 싶고, 시와 음악, 상상력을 통한 꿈과 직관이 있는 공간, 은유와 상징으로 풀어내는 공간을 구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욕망과 소유와 결핍과 질투의 시선으로 자유를 누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호와 이미지를 사냥하고 소비하며 유랑과 정착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디지털의 비트를 통하여 끊임없이 교감하고, 직관적 판단으로 정보를 소통하며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테크노피아속의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도 때로는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기 작가가 이러한 작품 창작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리좀(rhizome)’으로 대표되는 관계 다발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에 의해 발표된 철학 개념인 리좀은 이분법적 대립에 의해 발전하는 서열적이고 초월적인 구조와 대비되는, 내재적이면서도 배척적이지 않은 관계의 모델로서 사용되었다. 기 작가는 “물감뿐만 아니라 캔버스와 금속 마스크 등에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컴퓨터 부품이나 천연섬유 등 다양한 오브제와 자연적인 식물적 물성과 석유 부산물에서 나온 키보드나 지극히 인위적 인공물인 첨단 전자 부품들을 충돌시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물질 즉 인간과 기계문명과의 조화와 화해를 꾀하고 있다. 극도로 리드미컬한 구성속에서 비대칭적인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켜 표현하고자 한다.”고 한다. 때문에 물질문명사회의 모든 것들이 그녀의 작품소재가 된다.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기옥란 작가는 “내가 작품소재로 자주 사용하는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칩, 키보드, USB , CPU 쿨러, 케이블 등 컴퓨터 부품들은 하나 하나가 그 조형미와 상징성이 뛰어나다. 하드나 USB와 메모리 칩 등의 부품들은 우리들의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인류의 미래를 여는 동력이고 열쇠이며 손안의 작은 도서관이자 마음의 창과 같다. 그리고 지혜와 지식의 보고이자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우리 사회의 현재, 또 미래 사회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작업을 할 때마다 수많은 영감과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말한다. “메인보드는 마치 잘 짜여진 미래의 거대한 우주도시 같은 느낌을 주고, 컴퓨터의 열을 식히는 쿨러는 수많은 지식 정보 습득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 및 우주인들에게 마치 가을 바람 부는 시원한 휴양림 같은 대나무의 마디 같은 삶의 휴식을 주는 듯하다.”는 기옥란 작가. 기 작가는 언어와 상징과 기호와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이를 해석하는 자는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보이지 않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으며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공간 철학자이자 건축가인 윤재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는 “기옥란 작가의 예술 세계에 새로운 관심을 갖는 것은 트랜스휴먼이 입체파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며, 작가만의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는 추상적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키보드, 문자, 숫자 등은 작가의 내면에 숨어있는 시니피앙(signifiant)의 표출로 기 작가의 무의식 세계는 예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의식의 세계를 넘어 무의식의 세계에서 그 빛을 뿜어내듯이 의식의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하학적 형태들의 표현은 탈구조주의를 지양하면서도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적 상대성을 하나의 작품세계로 구축한 그녀의 표현들은 예술의 깊이가 ‘천개의 고원’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평했다.

미술평론가 김영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자연과 인공의 융합적 세계는 그녀가 천착해 온 트랜스 휴먼의 세계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테크놀로지로 대변되는 작금의 시대적 성찰의 화두와도 맥을 같이 하는데 이처럼 작가가 채택하고 있는 화두는 동시대의 기술과 인문학적 성찰의 주제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무엇보다 ‘소통’의 담론을 넘어 ‘관계’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동시대 철학의 담론들이 그녀의 작품을 통해 조형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재료의 사용에다 새로운 산업용 소재를 사용하여 동시대의 담론을 지향하며 이를 조형실험의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의욕이 어떤 예술적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드넓은 새벽 하늘과 눈부신 석양, 구비구비 아름다운 산 능선들과 나무들, 사시사철 피고 지는 예쁜 꽃들, 풋풋한 청보리와 연두빛 카페트 같은 벼가 익어가는 들판, 안개와 철새들, 고뇌하는 수도승처럼 흰눈을 이고 있는 겨울나무들과 나즈막한 음악이 있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기 작가의 예술적 영감을 충만하게 한다. 자유로운 사고 속에 새벽이슬처럼 영롱한 눈망울들과 함께 벼이삭들처럼 자연과 함께할 때와 가볍게 산책할 때, 고요한 새벽시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녀의 예술적 감성은 자연스레 녹아든다. 기옥란 작가는 자신의 최근 작품에 대해 “오브제의 다양성과 기하학적 조형성에 의한 내면의 피라미드이며 정형의 이탈이고 환원”이라고 표현했다. 예술은 작가의 내면세계의 표출이며 작가의 정신과 작품은 개인의 환경과 시대정신의 산물”이라며 “앞으로도 유목과 정착이 나은 아름답고 시적인 미래의 새로운 인간인 끝없이 진화하는 트랜스휴먼의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을, 그리고 모든 관계, 소통, 교감의 이야기들을 나만의 내면의 동굴로의 새로운 영토 확장과 환원, 이념과 치열한 자기탐구와 도전과 분석을 통해 내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표현해 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최근 근황을 묻자 기옥란 작가는 음악과 동양 철학을 즐겁게 공부하고 있으며 이번 3월에는 영국, 벨지움, 홍콩 아트페어 전시가 있고, 지난 2월 12일부터 17일까지 2월이면 해마다 열리는 4개의 큰 전시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그랑빨레에서 2019 아트캐피탈 앙데팡당전(Independant) 전시에 참여하여 실험적인 작품들을 출품해 많은 외국 작가들로부터 대대적인 큰 관심을 끌었고 2월 21일부터 3월 10일까지 프랑스 갤러리 오송파리에서 초대전을 열어 현지 갤러리 관장, 미술 평론가, 작가 및 미술관계자들과 관람자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신선하고도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100호 3점과 50호 4점, 30호 12점 등 총 25점을 전시했다. 또한 5월 광주초대전과 11월 뉴욕초대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기옥란 작가는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43회(광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일본,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뉴욕, 뉴저지, 파리, 베니스 등),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300여회, 쾰른국제아트페어(쾰른메세홀) 등 국제아트페어 50여회 참여했다. 제15회 대한민국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발 대상, 월간 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기술부장관상, 코리아 헤럴드 대한민국 미래경영 예술인 부문 대상 및 지식경영 대상, 대한민국 혁신리더상, 대한민국 혁신한국인&파워브랜드 대상, 대한만국 예술인 대상, 여류작가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대미술 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한국미협회원이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호남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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