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 네이버 브이앱 라이브 캡쳐
(제공)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레스콜 네이버 브이앱 라이브 캡쳐

[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미국 아이오와의 시골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 그녀는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둘러보며 그림 그리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파병 온 미군 남편 버드를 따라 아이오와에 왔지만, 주부로서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그렇지만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어릴 적 꿈과 이상은 늘 마음속에 감추고 살았다. 가족들이 모두 농업 박람회로 떠난 어느 날, 이 꿈을 건드리는 한 남자가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이미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65년 미국 아이오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와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나타난 로버트 킨케이드 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아름다운 노래와 이야기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무대전환이 잦고 한 넘버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과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부산스럽거나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에 더욱 깊이 몰입된다. 무대 전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한 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프란체스카를 만나기 전, 이혼을 겪은 후 누군가와 오래 어울리지 않고 전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어온 로버트. 정착과 안정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던 그의 인생에서 어느 날 운명적으로 프란체스카는 그에게는 누군가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주었다. 프란체스카 역시 결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며 젊은 날 꿈꿔왔던 모든 걸 잊어버리고 살고 있을 때 만난 로버트는 그녀 내면의 꿈과 이상을 계속 찌르며 터트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했던 때 만난 그들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프란체스카는 원하던 자유로운 삶을 함께해주겠다는 로버트를 따라, 그녀의 인생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를 잡고 함께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체스카가 선택한 것은 결국 로버트가 아닌 가족들, 즉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프란체스카로 남는 것이었다.

그녀는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 로버트와 함께 떠났다면 아이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갑작스럽게 남겨진 가족들에게 평생을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로버트와의 만남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훗날 그녀가 ‘그날 내가 가족들을 따라 축제에 갔다면’, ‘당신이 길을 잃어 우리집 앞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라고 고백하듯이 그 짧은 만남은 그녀에게 매우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로버트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고 그 이후로도 평생 프란체스카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현실에 남는 것을 선택한 그녀가 로버트보다 더 사랑했던 것은 자신이 늘 품고 살아왔던, 그래서 더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속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정서상 ‘불륜’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스토리이지만 과연 이들의 사랑을 불륜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일생에 단 한 번 처음으로 자신과 잘 맞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겠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로버트에게 미친 듯이 흔들렸지만 결국은 가족들을 두고 갈 수 없었던 프란체스카와 힘들지만 그녀를 떠나보내고 이해했던 로버트의 결정은 이 작품이 인간적이고 애잔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으려 자신을 포기해야 했던 프란체스카를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심을 감추고 평생을 나를 위해 살아준 나의 어머니 혹은 나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래서 더욱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불륜이야기가 아닌 아름다운 그리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기억되고 있다.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음악으로 대표될 만큼 아름다운 넘버를 자랑한다. 다양한 음악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들은 여타 뮤지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만의 특징이다. 차지연, 박은태, 김선영 등의 주연배우들을 비롯한 베테랑급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열연은 넘버의 섬세한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살려주어 극이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눈과 귀가 모두 힐링이 되는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강타의 연기와 노래 또한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데뷔 23년 차 가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잊고 살았던 내면의 아름다운 이상과 꿈, 그리고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뜨거운 사랑이 가득한 뮤지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오는 10월 2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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