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1964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 남부에서도 유색인종차별이 극에 달하는 곳이다.

흑인은 무조건 버스 뒷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은 물론, 백인과 흑인은 같은 화장실을 쓸 수도 없다. 흑인이 백인이 쏜 총에 맞아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부당하다 할 수 없는 ‘백인 우월주의’는 차별 대상인 흑인마저 그러한 현실에 순응하게 하는 것 같다.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이곳, 미시시피 잭슨시에서 펼쳐진다. 이곳의 백인 여성들은 부자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돈 많은 남편과 사랑스런 아이들, 그리고 이들을 보살필 흑인 가정부 한 명쯤 부리는 것이 이들이 이야기하는 행복의 기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친구들과 달리 주인공 ‘스키터(엠마 스톤)’는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다.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그녀는 친구의 집에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스키터는 에이블린에게 부당한 차별을 받는 가정부들의 삶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하게 된다.

등장하는 백인 여성들 대부분은 백인 우월주의에 물들어 그들의 가정부인 흑인을 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중심에 서있는 ‘힐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역시 겉으로는 아프리카 기아를 위한 자선행사 등 품위 있고, 고상한 여성인인 척 행동하지만 흑인 전용 화장실을 요구하는 법안을 시의회에 주장하며,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를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쫓아내기도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흑인 가정부들을 괴롭힌다.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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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키터와 같이 흑인을 차별 없이 대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동네 여자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셀리아 풋(제시카 차스테인)’은 힐리의 집에서 쫓겨난 미니를 본인의 집 가정부로 고용해 그녀를 한 인격체로써 대우한다. 그녀를 가정부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 대하며, 후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직접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흑인이 차별받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약간은 느끼지만 애매한 태도로 방관하는 ‘엘리자베스’와 같은 여성도 있다.

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키워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백인에 의해 어이없이 죽어 그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에이블린은 백인아이들을 헌신적으로 길러내고 있다. 그녀가 기르고 있는 ‘매 모블리’ 라는 아이에게 늘 이야기하는 “You is smart , You is kind, You is important. (너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매우 소중해)”는 영화의 명대사로 꼽힐 만큼 그녀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기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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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시 남부 지역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미시시피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흑인 가정부라는 직업은 자신의 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대물림되며, 언제 총살당할지 몰라 아이들을 밖에 내놓지도 못한다. 백인이 쏜 총에 맞아 죽은 것은 흑인임에도 버스에서 흑인이 내려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차별을 하는 이, 차별을 받는 이 모두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인 통념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나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진 않았을지, 다른 것이 아닌 틀리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았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검은 피부가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이 되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에게 스키터와 에이블린, 미니 그리고 다른 흑인 가정부들이 함께 출판한 책 ‘The Help’는 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긍지이자, 의식의 변화였다. 겁이 나서 선뜻 책을 집필하는데 필요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가정부들이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낸 용기였다. 본래 제목이 의도하는 ‘help’의 뜻은 가정부, 즉 흑인 가정부들의 삶을 의미한다. 하지만 ‘돕는다’라는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도움을 바라고 쓴 책이 아닌 같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도움이 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짓눌린 이들에게 꿈틀거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제공) 네이버 영화 스틸컷

 

‘The Help’로 인해 스키터는 뉴욕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아 떠나지만 남은 에이블린에게는 이 책이 문제가 되어 결국 일하던 곳에서 해고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들에게 정면으로 맞서고 슬프지만 후련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난다. 오로지 자신의 자존심과 품위만을 중요시하던 힐리가 “이제 지치지도 않냐”는 에이블린의 말을 듣고 흘리던 눈물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 또한 약간의 잘못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엄마처럼 믿고 따르던 매 모블리의 울음소리를 뒤로하며 찢어지는 마음을 잡고 떠나는 그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했다. 다신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걸어가는 그녀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고, 이제 다시는 억눌리지 않고 더욱 자유로워지겠다고 결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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