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과거로부터 전해 오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고, 선조들의 숭고한 얼과 가르침을 전해 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전통문화에 깃든 혼은 당시 역사를 만들었던 선조들의 삶이 배어 있는 결정체로, 사라져간 시공을 담고 있어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선현들의 가르침을 통해 역사 문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보존, 계승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인간의 발성 기관과 전통 악기를 통해 자연을 표현하고 풍류를 즐겼다. 이처럼 선조들의 풍류와 유산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국악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표현해 온 중요한 매개다. 그 중에서도 가곡, 가사, 시조를 부르는 노래를 통틀어 정가라 하는데 이는 전통 성악의 한 갈래로 판소리, 민요와 같은 민속음악과는 다르게 깊이가 있으며, 긴 숨으로 부르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그 예술성이 인정되어 전승되고 있는 노래들이다. 조선 시대 사대부와 중인, 예인들이 자기 수양을 위해 즐겨 불렀으며 이를 즐겨 부르던 풍류인들을 가객이라고 부르곤 했다. 

남계 박종순 선생
남계 박종순 선생

우리 고유의 성악이라 할 수 있는 명창 박종순 선생은 바로 조선시대 청백리 정혜공 박수량의 27대손으로 인천무형문화재 제7호 가곡이수자이자 우리나라의 1세대 국악정가 전공자다. 점점 잊혀져 가는 정가를 이 시대에 전수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박종순 선생은 “정가는 ‘바른 노래’라는 뜻이다. 바른 노래는 노래를 바르게 불러야 한다는 직관적 해석보다는 노랫말에 ‘바른 의미’가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정가의 노랫말에는 서정성과 우아함, 그리고 우리 민족 고유의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으며, 타악기로 연주해 흥을 돋우는 서민들의 음악과 달리 관현악 연주로 고아하고 청아한 느낌을 주는 것이 정가 고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1943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당대 최고의 명창이었던 이화중선의 삶을 조명한 독립영화 ‘이화중선(감독 백학기)’이 지난 2월 28일 서울 광화문 에무시네마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이 영화는 1923년 조선물산장려회가 주최한 전국판소리대회에서 눈에 띄어 당대 최고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현재는 무덤조차 없이 잊혀진 명창 이화중선을 찾아 나선 로드무비이자 다큐멘터리이다. 또한 이화중선이 데뷔 당시 부른 <추월만정>부터 <사철가>,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시조창까지 담아낸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백학기 감독은 그중 시조창을 일컬어 “이토록 아름답고 맑고 청아한 소리인 줄 몰랐다”며 최고의 소리라고 시사회에서 극찬을 했으며, 이화중선 역의 배우 정이화는 “시조창 소리로 영상이 더욱 빛났다.”고 했다. 

영화 속 시조창 ‘나비야 청산가자’는 박종순 선생이 직접 불러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박종순 선생은 고 석암 정경태(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보유자), 고 경파 도상구(인천무형문화재 제7-1호 남창가곡보유자)의 계보를 잇고 있는 소리꾼으로 시조창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높은 음이 특히나 맑고 청아하면서도 평온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립국악고, 이화여대 국악과에서 정가를 전공한 그는 제 20회 전국시조가사가곡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민속음악제에서 ‘박종순정가발표회’ ‘석암제 시조 전창발표회’ 국립민속박물관 초청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경기시조합창단 단장을 맡아 정기공연 총 13회에 걸쳐 기획·연출을 맡으며 국악 발전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전통음악 국제 교류공연을 기획·연출해 연변, 인도, 일본 등지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선보인바 있다. 박종순 선생은 “시조창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지루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빠른 박자와 직설적인 노랫말에 익숙한 이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라면, 정가를 통하여 흥분이 아닌 흥취를, 재미가 아닌 풍류를, 귀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낭만이 사라져가는 시대, 정가는 낭만을 소환하는 마법같은 우리의 전통 음악이다.”고 말했다.

정가는 우리의 역사이자 전통이고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잠시 뒤쳐질 수는 있을지언정 잊혀져서는 안 되는 역사의 뿌리이다. 그 역사의 뿌리를 이어가고자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전통예술인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의 문화가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이어나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종순 선생은“전통문화란 한민족과 같이 하나의 민족이 오랜 세월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뤄 온 생활문화이자 그 민족에게 가장 적절한 삶의 지혜다. 예로부터 올바른 전통이 계승되지 못한 민족과 국가는 오래 존속하지 못했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져 간다면 한국을 지탱하는 정신도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남계 박종순-

2001.  5. 19. 석암제 시조 전창발표회(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2001. 10. 20. 국립민속박물관 초청공연(박종순의 시조의 세계)

2004. 10. 22.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초청공연 

            ‘박종순 12가사 전곡발표회’(석암 정경태 악보)

2010.  6. 26. 박종순 여창가곡발표회(서울소리 천우극장)   

2010. 12 . 8. 박종순의 소리 12가사 발표회

            ‘월색은 만정한데~’(소남 이주환 악보), (국립국악원 우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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