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인들은 한 곳에 안주하거나 기존의 정형성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기 위한 끊임없는 배움과 예술적 사유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간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이들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일상의 세계를 발견해 내며 이러한 자신만의 예술적 성취를 통해 세상과 마주한다.  

김영미 작가가 바로 그러한 작가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존재 의의, 즉 그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매우 포괄적이며,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기조로 예술의 가치를 거시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술의 방향을 찾기 어려울 때마다 삶의 의미와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성찰을 통해 조형관을 발전시켜 온 김 작가는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서각의 새로운 가치와 현대미술로서의 생존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서각은 좋은 나무에 좋은 시, 좋은 글을 실어 마음으로 새기는 것, 즉 나무에 혼을 불어넣는 예술이다. 시, 서, 화에 견줄 만큼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며 .글(文)과 칼(刀)의 만남으로 그 어떤 예술보다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되어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주관적인 통찰을 통해 전통서각의 기법을 더욱더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적 관점으로 시대정신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는 김영미 작가는 “서각은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까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긴 기다림 속에서 예술적 성취는 물론 삶의 교훈과 미학까지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각의 묘미는 바로 다름이다. 사람이 저마다 가진 타고난 성향이 다르듯 나무도 가지고 태어난 특성이 달라 같은 작품일지라도 작업하는 나무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김 작가가 서각에 매료된 것도 바로 이러한 다양한 나무의 묘미에 기인한다. 김영미 작가는 “나무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나무를 자를 때 다르고 칼로 조각할 때도 다르며, 색을 입힐 때도 다르다. 같은 색을 칠해도 나무의 특성에 따라 다른 빛깔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서각에 빠지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힘이 넘치면서도 굵은 선을 보여주는 작품부터 섬세하고 미려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스펙트럼도 넓다. 옛 사찰이나 정자 등에서 보았던 서각과는 달리 새로운 에너지가 끊임없이 일렁인다.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나무 본연의 결을 섬세하게 잘 살린 기법과 배치된 글씨의 모양, 그리고 칙칙한 나뭇결과 조화를 이루는 중후하면서도 따뜻한 채색은 전통서각의 진부한 느낌을 없애며 작품 전체에 세련미를 부여한다. 전통서각의 전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다양성을 내포한 그의 작품은 온고지신의 지혜를 담고 서각과 회화를 결합한 서각 회화예술로서 관람객들에게는 표현의 풍부한 세계에 몰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자신의 작품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가며 작가의 의도를 관람객이 직접 읽어내고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통해 김영미 작가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다름’, 즉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어 왔다.  

 

좋은 작품에는 그 작품이 지닌 독특한 격조가 있다. 작가가 지니고 있는 격조 있는 인격이 느껴지는 것이다. 끊임없는 회화적 수련에서 발현되는 작품의 격조는 진지한 작가정신과 예술적 표현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통의 방식을 중시하면서도 소재의 융합과 표현 방법의 창조를 추구하는 독창적인 조형관을 통해 그 창작의지를 더욱더 넓히고 있는 김영미 작가의 작품은 격조 있는 인격의 향기가 넘쳐난다. 결국 진정한 예술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예술적 숙고를 통한 작가 개개인의 심오한 울림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작업에 몰입하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무아의 경지에 들어서는 일로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음을 닦는 시간이라 말하고 싶다. 망치로 날카로운 칼을 두들겨 강약을 조절해가며 글씨와 문양을 새기는 작업이다 보니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인내와 집중의 작업이지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감상하는 이들의 공감을 이뤄내며 그들이 작품을 보고 읽음으로서 미소 지을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의지가 담긴 서각을 만들어내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내 작품을 감상하며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잊고 힐링하길 원하며 이것이야말로 작가로써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소통, 교감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치환시키며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김영미 작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나서 나의 꿈을 그리게 되었다.”는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처럼 예술의 진수를 이해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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