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엣샹동 샴페인으로 유명한 LVMH 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큰 샴페인 그룹 랑송 (Lanson-BCC)의 회장 브루노 파이야르(Bruno Paillard)가 만드는 브루노 파이야르 샴페인은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끝없는 단아함과 우아함의 결정체"라고 극찬을 했다. 

파이야르의 집안은 1700년대부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와인 중개상을 해왔다. 브루노 파이야르가 성공적이던 가업을 뒤로 하고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건 1981년, 그가 28세 되던 해였다. 샴페인 만드는 일을 숙명으로 느낀 그는 아끼던 앤티크 재규어 승용차를 팔아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했다.  

파이야르는 좋은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키는 일이 있다. 포도에서 즙을 딱 한 번만 짜는 것이다. 포도즙 양은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샴페인을 대량생산하는 업체는 포도를 여러 번 짜서 최대한 많은 즙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파이야르는 포도즙이 순수해야 우아한 샴페인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브루노 파이야르는 ‘RM 샴페인’ 하우스이다. RM은 불어로 ‘레코르탕-마니퓔랑(Recoltant-Manipulant)’의 약자로 자신의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 샴페인을 생산하는 하우스를 뜻한다. 반대로 포도를 사들여 샴페인을 빚는 하우스는 NM이라고 레이블에 표시하는데 ‘네고시앙-마니퓔랑(Negociant-Manipulant)’의 약자다. RM 하우스는 그만큼 포도밭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최고급 포도만 엄선해 와인을 빚기 때문에 샴페인의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전체 샴페인 하우스중 RM 하우스는 20%에 불과하다

 

그리고 파이야르는 와인 라벨에 샴페인 제조시 침전물을 제거하는 과정인 데고르주망의 날짜를 처음으로 표시하였다. 그는 그 과정에서 와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사람이 수술받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데고르주망을 거친 후 파이야르는 최소 5개월에서 최대 18개월의 휴식기를 가진후 와인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준다. 이후 많은 샴페인 생산자들도 이를 따라하였다. 

샴페인은 보통 넌빈티지(Non-Vintage) 다. 프랑스 상파뉴 지방은 기후가 해마다 들쭉날쭉하여 그해의 포도로만 샴페인을 빚기는 매우 어렵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만들어 놓은 여러해의 와인을 섞어서 만들기때문에 넌빈티지라고 한다. 따라서 기후가 가장 좋은 해에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빈티지 샴페인은 당연히 샴페인 하우스가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빈티지 와인을 생산할 없기 때문에 몇년에 한번씩 아주 기후가 좋은 해에만 빈티지 와인이 탄생한다. 부르노 파이야르 빈티지 2008년산도 2004년 이후 4년만에 빚어졌다. 

파이야르는 2008산 빈티지 샴페인을 처음 시음했을때 떠오르는 단어가 ‘에너지’ 였다고 한다. 그 후 브루노 파이야르는 파리의 기욤 갤러리에서 우연히 자신의 샴페인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방혜자 화백의 작품 '에너지'를 보고 매료되어 자신의 2008년 빈티지 샴페인 와인 라벨에 그녀의 작품을 넣게 되었다. 

방혜자 화백은 여덟 살 때 우연히 개울가의 물 위에서 햇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그 빛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싶다는 생각을 한 후 평생을 빛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1961년 서울대학교 미대 회화과 졸업후 국비장학생 1호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미술 학교에서 공부하고 정착한 후 프랑스, 한국, 독일, 미국, 캐나다,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90회 이상의 개인전을 비롯한 많은 전시회를 열면서 그녀는 '빛의 화가'로 우리 모두의 머리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방혜자 화백의 작품 재료는 닥종이와 한지에 모두 천연 재료이다. 한국을 떠나 수십년간 프랑스에 거주한 방화백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캔버스가 아닌 한지에, 유화 붓이 아닌 서예 붓으로 작업을 해왔다. 거기서 우리는 그의 한국적 감성과 고집,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서예도 가르쳐주고 한국의 좋은 시집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샤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회의실에 새로 설치되는 4개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엔 방혜자 화백의 작품이 선정됐다. 대성당의 창과 같은 청색 바탕의 4개 창에 각각 빛, 생명, 사랑,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프랑스가 자랑하는 샤르트르대성당에 해외작가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4점을 설치한 것이다.

평상시 "빛은 생명의 원천이고 빛이 없으면 우주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 방화백은 평생 빛을 그리다 2022년 9월 15일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를 하였다. 향년 85세였다. 

이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미술평론가 김종근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1,2권 저자

유미주의 화가들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instagram @jshin_korea

email : sjk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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