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무위자연의 사상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라는 말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본연의 성질대로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겸손함이 있고 모퉁이를 돌아서 흐르는 여유로움이 있으며 막히면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억지로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세상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것처럼 아래로만 흐른다. 또한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곳을 적시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해서도 자족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상선약수. 문인화가 운정 박등용 화백의 작품이 바로 그렇다. 박 화백은 스스로를 문인화에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글을 그림같이, 그림을 글씨같이 하여 글 속에는 화풍이, 그리고 그림 속에는 생명력 있는 선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그의 작품은 사물에 대한 깊은 사색과 거침없는 선이 살아 있다.

, , 화가 어우러지는 박등용 화백의 작품은 고매한 선비의 자태처럼 전통의 품격과 서정적 정취가 가득하며, 작품의 소재는 삶과 자연에 초점을 둔다. 짙은 묵향에는 그윽함과 정겨움이 배어나며 붓의 강약에 따라 그림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자연을 단순화하면서도 세부적인 특징을 놓치지 않는 유려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으며 소탈하면서도 바람 불고 물 흐르는 데로 선과 여백을 통한 자연을 담고 있다. 서체 연구개발에도 열의를 쏟아 온 박 화백은 직접 개발한 캘리그라피 운정체를 접목시켜 작품의 개성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문인화는 재주를 부리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고 덕성을 기르면서 정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문인화를 공부하는 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이 없고 확실한 뜻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그 결과는 거짓 없이 나타난다. 또한 문인화는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아도,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아도 예술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좋은 작품은 올곧은 생각과 여유 있는 마음에서 나오듯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조급하면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할 수 없다. 올바른 정신으로 무난한 인간 생활을 위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문인화다.”

오늘날의 문인화는 소재와 기법면에서 정형화양식화되어 현대의 다양한 미술 영역의 흐름 속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문인화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서구적 미학과 그 양식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새로운 안목과 시대적 작가 정신을 가지고 독립된 회화장르로서 양식적인 실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전통 문인화 정신의 현대적 변용을 통한 현대 문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등용 화백이 추구하는 문인화 역시 바로 이러한 온고지신에 기인한다. 전통문인화의 깊고 오묘한 정신은 지키되 현대미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무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즉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통하는 것, 그것이 문인화가 대중들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모란에서 이십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정서화실'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아 온 박 화백은 전국에서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문하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문인화는 붓의 힘, 즉 필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인화의 정신, 즉 철학적인 소양과 인간미를 갖추도록 조언하며 지도하고 있다. 박등용 화백은 문인화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후학양성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미술계에서 문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문인화를 배우고자 하는 후학들이 폭넓고 다양한 문인화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 주고 싶다.”면서 우리의 전통 문인화를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등용 화백은 앞으로도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삶에 마음의 치유와 위로, 그리고 행복 및 삶의 휴식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안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이라는 박 화백. 그가 펼쳐놓은 휴식의 순간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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