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지난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3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27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교육비 규모는 사교육비 총객 측면에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으로 1년 사이 학생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으로 감소하였음에도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총액에는 ‘N수생’이 지출한 학원비는 빠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N수생의 비중이 35.5%까지 치솟았는데, 이들 N수생 17만명이 쓴 학원비는 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사교육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수능 모의고사 직후 정부가 갑자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했을 때에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풀기 어려운 고난도 킬러 문항이 수능에 출제되면서 학원 배만 불리고 있다며 대형 입시학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수능을 코앞에 두고 출제 기조가 급변하자 학원가는 새로운 입시 전략을 세웠고, 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학원이 더 붐비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사교육비가 증가하면 여론의 시선이 사교육을 주도하는 학원가로 싸늘하게 쏟아진다는 것이다. 사교육이란 공교육을 보충하기 위하여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사교육을 주로 학원이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사교육을 비용의 측면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먼저 N수생들을 바라보자.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혈 청년에 해당하는 18~20세의 청춘들이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지 못하면 대부분 재수를 하게 된다. 재수를 하게 되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교육은 없다. 결국 N수생들은 사교육 울타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교육의 주체인 학원은 N수생들을 수용하여 교육을 시킴으로써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하겠다.

다음으로 사회문화 제도를 바라보자.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교육과정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함에 있어 학력이라는 자격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고교 졸업인가, 전문대 졸업인가, 대학졸업인가, 대학원 졸업인가 등에 따라 사회생활의 출발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삶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고교 졸업후 선택해야 하는 대학으로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에 사교육이 감당하는 역할을 결코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교육과의 관계에서 바라보자.

공교육이 없는 곳에는 사교육도 존재할 수 없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충하는 지위에 있다. 아무리 공교육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사교육은 공교육을 뛰어 넘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의 역할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문제에서 바라보자.

최근 우리 사회는 의대증원과 전공의 사태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이는 대학입시에서 불고 있는 의대 열풍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의대 진학을 위한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공교육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올해 학원가에는 의대 입시 관련 상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예고한다.

그동안 사교육비 문제가 불거질 때마가 학원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식을 새롭게 하자고 위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사교육비 문제가 나올 때마다 초·중·고 학교별 비용과 학년별 비용을 들어 문제가 있다는 형식의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충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사교육 문제는 언제나 공교육 문제와 함께 살펴야 한다. 공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사교육 문제는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학력 중시의 풍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면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가벼워질 것이다.

끝으로 학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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