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고종의 초상화를 그린 어진화사(御眞畵師) 출신으로 유명한 석지(石芝) 채용신 (1850-1941)은 조선시대 전통 양식을 따른 마지막 인물화가로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과 근대 사진술의 영향을 받아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인물화로는 고종과 이하응, 최익현, 최치원 등이 있다

한폭당 169×183㎝나 되는 화면이 8폭으로 구성된 ‘삼국지연의도 (조선민화박물관 소장)’는 국보급 작품으로 명나라 나관중 소설 '삼국지연의' 의 명장면들을 그린 재우마소고천지(宰牛馬昭告天地), 삼고초려(三顧草廬), 자룡단기구주(子龍單騎救主), 공명기동남풍(孔明祈東南風), 적벽대전(赤璧大戰), 의석조조(義釋曹操), 서성탄금(西城彈琴), 단도부숙(單刀赴肅)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작품은 감상용이 아닌 관우를 모시는 관왕묘에 봉안했던 그림으로 그중 적벽대전은 지금까지 그려진 삼국지연의도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적벽대전은 관도대전, 이릉대전과 더불어 삼국지 3대 전투로 꼽히며 그중 가장 유명하여 삼국지를 안읽어본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전투이다.  위나라의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과 촉나라 유비의 연합군과 적벽이라는 강에서 싸웠던 전투다. 

조조가 적벽대전을 치루기위해 수백척의 전함을 이끌고 양자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흥에 겨워 들고있던 창으로 뱃전을 두드리면서 달빛 아래 술을 한잔 마신다. 그 술이 두강주(두캉주, 杜康酒)다.

 

시에도 능했던 조조는 두강주를 칭송하는 시도 지었다.

단가행 (短歌行)

對酒當歌 人生幾何   술 마시고 노래하리, 인생 얼마나 되겠나?

誓若朝露 去日無多   아침이슬같이 짧지만 지난날은 고난 많았지

慨當以慷 憂思難忘   분개하고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려우니

何以解憂 唯有杜康   이 근심 어이 풀리오. 오직 두강주 뿐일세

2500여년전 동주시대 중국에 두강이라는 술을 잘 빚는 사람이 있었는다. 그는 용문(龍門)을 떠나 이수(伊水)근처 복우산(伏牛山) 기슭의 물이 좋아 그곳에서 집을 짓고 두강주를 만들었는데 임금도 이 술을 맛보고 맘에 들어 어용주(御用酒)로 지정하고 두강에게 주선(酒仙)이라는 칭호를 내리고 이곳의 샘을 주천(酒泉)으로 불렀다.

두강주와 얽힌 두강취유령(杜康醉劉伶) 이란 전설이 있는데

어느날 죽림칠현중의 한사람인 유령(劉伶) 이라는 사람이 두강선장을 지나다 문앞의 猛虎一杯中醉 (맹호도 한잔이면 산속에서 취하고) 蛟龍兩杯海底眼 (이무기와 용도 두잔이면 바닷속에 잠든다) 라는 글을 보고 술부심이 발동하여 3잔을 연거퍼 마시고 귀한 두강주 술독을 깨트리고 집으로 돌아가 사흘을 못 일어 나더니 숨을 거둬 장례를 치뤘다. 그로부터 3년후 옥황상제의 부름으로 하늘에 올라가 술을 빚고 돌아온 두강이 이 이야기를 듣고 유령의 집에 찾아가 "남편이 내 귀한 술을 마시고 술독까지 께트렸으니 술값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유령의 부인이 "당신이 만든 두강주를 먹고 남편이 죽었는데 술값이 뭐냐"며 "관청에 고발한다"고 했다. 그러자 두강은 유령이 두강주 3잔을 마셨기 때문에 3년이된 지금도 잠을 자고 있으니 묘를 파보면 살아있을거라고 해서 파보니 유령은 긴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데 그때까지도 입에서는 술냄새가 났다고 한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두 사람이기에 시기적으로도 안맞고 내용도 당연히 허구지만 두강주와 관련된 재미난 전설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두강주는 후대에 두보나 이태백, 소동파도 좋아한 술로 이 술을 마시고 두강주에 대한 시를 쓰기도 했다. 

항상 말하지만 그 당시의 두강주와 지금의 두강주는 전혀 다른 술이다. 그 당시는 증류법이 없었기에 황주로 예상되고 현재는 증류주이다. 이름이 같지만 역사는 전혀 다른 술이고 현재의 두강주 조차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생기고 나서 두강과 연고가 있는 지역들이 서로 자기가 그 옛날의 두강주의 맥락을 잇고 있다고 선전을 하며 만들었다. 이런 원조싸움 끝에 현재는 섬서성 백수두강(白水杜康)과 하남성 낙양두강(洛阳杜康) 두곳에서 만들고 있다. 그중 낙양두강의 '주조두강'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술이라 하지만 실제로 두강주가 정식 생산된 시기는 1975년경이다.

 

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1,2권 저자

유미주의 화가들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instagram @jshin_korea

email : sjk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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