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양조장중 미술과 관련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생각나는 곳이 평택의 '호랑이배꼽 양조장 (밝은세상영농조합)' 일 것이다. 

이 양조장을 설립한 분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이계송 화백이다. 이 화백은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빛과 선 속에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작품을 주로 그린다. 

2000년도경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머물던 이화백은 와인 제조 기법을 눈에 익혔고 그는 프랑스 보졸레누보를 보고 방부제가 없는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애초 자신이 태어난 집을 기반으로 양조장과 갤러리가 어우러진 평택의 대표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드디어 2008년에 그 꿈을 이루게 된다. 이화백이 평소 술을 좋아한 이유도 있지만 지역농산물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서 술 빚기를 선택하였고 그 재료는 평택 포승면에서 생산되는 쌀만을사용하고 있다.

양조장이 위치한 평택시 포승면은 이화백 집안이 600여년간 살아온 함평이씨의 집성촌으로 이화백의 아버지가 방앗간을 운영하셨었고 어머니가 깨진 쌀과 부산물로 막걸리 빚으시는 걸 봐왔기에 술을 빚는다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었다. 그는 와인주조방식으로 술을 빚어 느긋하게 음미할 수 있는 술을 만들려 했다. 고두밥에 누룩을 넣어 만드는 일반적인 막걸리 제조 방식과는 다르게 평택의 쌀과 현미를 갈아서 인공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집 마당의 지하 암반수만을 사용하여 70년된 흙집에서 40일 발효하고, 60일 동안 저온숙성하며 술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술이 '호랑이배꼽 막걸리'다. 막걸리의 이름도 주원료나 지역의 이름을 딴 OO막걸리라는 이름을 탈피하여 평택이 호랑이 모습의 한반도의 배꼽 위치에 있음에 착안하여 호랑이배꼽이란 이름을 지었고 또한 이후 '꼬비'라는 세계최초의 막걸리 브랜드 캐릭터도 만들었다. 꼬비는 특별 에디션 호랑이배꼽 막걸리의 라벨에도 등장한다.

이 양조장의 또 하나의 대표 술로 소호(笑虎)라는 소주가 있다. 소호는 3년 숙성한 36.5도와 5년 숙성한 56도가 있다. 이 술을 마시고 웃는 호랑이처럼 되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졌으며 56도 라벨에는 술 마시는 동안 항상 봄이길 바라는 뜻을 담아 이계송 화백의 '상춘 (常春)'이란 추상화가 담겨져 있다. 

현재 이 양조장의 대표는 이계송 화백의 둘때 딸인, 사진작가 출신의 이혜인 대표이고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큰딸 이혜범씨와 요리연구가인 부인 이인자 여사 등 온가족이 함께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양조장 옆에는 갤러리가 있어서 이화백을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미술관옆 양조장, 양조장옆 미술관이다.

이혜인 대표는 "이 기름진 평택 땅에서 나온 건강한 평택쌀로 빚은 술이야 말로 평택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며 고향 평택과 자신들이 빚은 술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며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담으로 양조장의 고택에서 '응답하라 1988'을 촬영하였다. 정봉이네가 복권에 당첨된 장면을 찍은 바로 그곳이다.

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1,2권 저자

유미주의 화가들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instagram @jshin_korea

email : sjk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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