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인들은 한 곳에 안주하거나 기존의 정형성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기 위한 끊임없는 배움과 예술적 사유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간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이들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일상의 세계를 발견해 내며 이러한 자신만의 예술적 성취를 통해 세상과 마주한다.  

​선의영 작가가 바로 그러한 작가다. 그가 바라보는 예술의 존재 의의, 즉 그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매우 포괄적이며,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기조로 예술의 가치를 거시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예술의 방향을 찾기 어려울 때마다 삶의 의미와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성찰을 통해 조형관을 발전시켜 온 그는 ‘도원’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들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가며 작품의 의도를 관람객이 직접 읽어내고 해석하도록 유도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다름’, 즉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어 왔다. 선 작가는 “인간의 삶은 자기를 둘러싼 주변 조건들과 자기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하는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추구하는 힘든 과정”이라며 “내게 작품 활동은 내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지속적인 반응, 그리고 소통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철학과도 같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인 ‘도원’ 연작을 통해 동양적 유토피아를 일관되게 표현해 온 선 작가는 작년 13회 개인전 ‘숨겨진 비밀 <도원 23> - 나는 이미 도원 안에 있다’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색과 먹으로 연결되었던 기존 작품들의 철학적 무거움을 내려놓고 물과 산, 그리고 길과 꽃이라는 그의 미적목적을 실현시켜주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한 도원의 세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도원은 색의 미묘한 혼합에 의한 다채로운 시각적 분위기와 물감의 재료적 속성을 이용한 독특한 질감이 섬세한 감성의 파장을 타고 자유롭게 전개된다.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 역시 자연으로부터 온 것들이며 모든 작품 속 물과 산 등이 화면적 구성을 이루며 작품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작품 속에 보이는 길과 꽃은 도원이라는 공간으로 안내하는 상징적 은유다. 이러한 도원적 요소들은 숨어있지 않고 도원으로의 연결고리로서 자연과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선 작가는 이를 통해 관람객들을 현실의 시공간과 분리시키고 그가 펼쳐놓은 꿈의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움의 세계, 즉 그가 이끄는 도원 속으로 머물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커다란 온화함과 지극한 사랑이 담긴 자연의 근원으로 집약되어 있는 그의 도원은 관람객들이 평온한 마음으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관조의 길로 들어서게 하며 보는 즐거움과 함께 깊은 미학적 울림을 전달한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선의영 작가의 그림은 우리에게 주어진 길, 그 길에 대한 무언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표현 언어요, 차후 걸어갈 정신세계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구석구석을 정확히 관찰하는 자신의 눈을 통해 사물과 많은 대화를 하고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갈증을 해소하는 식수로써 ‘쉼’을 제공한다. 그렇게 작가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을 터놓는다. 우리는 그의 그림을 따라, 무한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추억을 만나면 행운이요, 안식을 느낄 수만 있어도 기쁨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끝없는 창작의 미로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독자적인 조형관을 고집하고 있는 선의영 작가에게 작업은 삶의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다. 아울러 또 다른 작품을 구상하기 위한 영감을 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 내지만 결코 무의미하거나 가볍지 않은 창작물들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보는 이들의 가슴 한 켠에 감동을 선사하고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전이되길 바란다.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감상하며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잊고 힐링하길 원하며 이것이야말로 화가로써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라고 전했다. 

소통, 교감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치환시키며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선의영 작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나서 나의 꿈을 그리게 되었다.”는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처럼 예술의 진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의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동아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 석사(한국화), 동아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한국화)을 수료한 선의영 작가는 현재 진주 선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SEY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전 13회(단체전 및 교류전 다수)의 전시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33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작품 <도원14-1>으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제32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평론가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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