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라고 하는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뉴스의 중심을 장식할 해이다. 모두 76개 국가에서 무려 40억명 이상이 대선과 총선에 투표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 중 첫 번째 선거가 지난 13일 대만에서 실시되었다.

대만에서 실시된 선거는 총통 선거(대선)와 지역구 입법의원 선거(총선)로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모습으로 비춰져 전 세계가 주시했다. 선거 결과는 친미·독립 성향을 나타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였다.

그런데 대만 선거에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대만의 선거 개표 방식이었다. 총통 선거 직후 트위터(X)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만 선거관리원들이 개표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다. 영상에 의하면 선거관리원이 투표함에서 투표용지를 한 장씩 꺼내어 높이 들어 보이고, 선택된 후보의 이름을 부르면 이를 본 다른 관리원이 칠판에 ‘바를 정(正)’자를 그려가며 수동으로 집계하였다. 이러한 개표 상황을 시민 누구나 지켜볼 수 있도록 관람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대만은 총통을 직선제로 뽑기 시작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전자 개표를 도입하지 않고 수작업 개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총통과 입법의원 113명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4,200만표가 모두 손으로 개표되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대만 선거의 개표 방식을 보면서 우리의 개표 현실을 되돌아 본다. 지난 2020년 4월 15일 실시되었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개표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이 139건이었다. 2020년 5월 22일 대법원이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무효 소송은 137건이고, 당선 무효 소송이 2건이었다고 한다. 그중 적법한 선거무효 소송은 120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제기된 선거무효 소송 120건은 지금까지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22조 등에 의하면 선거 소송은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소할 수 있고, 대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6개월)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4월 15일은 기준으로 보면 선거 관련 소송을 제기라 수 있는 시한이 5월 14일이다. 5월 14일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같은 해 11월까지는 소송이 마무리되어야 했다.

20202년 4월 총선에 대한 120건의 소송이 무려 4년을 맞이하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소송도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은 의구심을 일으키는 일이다. 투표함을 공개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사전투표와 선거 당일 투표 득표율 편차에 이르기까지 제21대 총선 관련 선거 소송 처리는 많은 의문 속에 미결의 상태로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만 선거에는 사전투표가 없다. 그리고 선거일 당일 투표를 진행하면서 투표소에서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함을 이동시키지 않고 바로 해당 투표소에서 개표를 한다. 이렇게 개표가 이루어지면 투표와 개표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선거 관련 소송은 나올 수 없다.

제22대 총선이 불과 79일 남아 있다.

지난 제21대 총선 관련 선거 소송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선거법에 의해 선거가 진행될 경우 오는 4월 10일 선거에 따른 소송도 적지 않게 발생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제22대 총선이라도 투표와 개표 과정이 잘 관리되기를 바라며, 총선 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대만 개표 현장 모습 (출처 : 네이버)
대만 개표 현장 모습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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