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예술개념을 거부한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은 프랑스 귀족 출신으로 태어났다. 당시 유럽 귀족의 특징은 부와 권력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기 위하여 근친혼을 하였다. 로트렉의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로트렉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자매간이었으며 그의 부모는 사촌간이었다. 로트렉은 몸도 약하였고 유전병을 갖고 태어날 수 밖에 없었다. 소년시절 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이후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렸고 다리를 제외한 부위는 정상적으로 자랐지만 그의 키는 152cm로 작았다. 부친은 이런 로트렉을 외면하며 혐오하였지만 어머니는 사랑으로 그를 돌봐줬고 그가 그림그리는 것을 적극 지원하였다.

그는 17세에 집을 떠나 파리로 가서 미술 공부를 하였고 그무렵 빈센트 반 고흐나 드가 등과 많은 교류를 하였다. 로트렉은 후기 인상주의로 분류되는데 그의 화풍을 고흐의 컬러링 테크닉 + 드가의 주제 +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絵)의 조합이라고들 한다.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시대 중,후기에 유행한 풍속화로 당대의 일상생활 모습, 풍경, 풍물 등이 주제인데 특히 니시키에(錦絵)라고 하는 다색 목판화가 유명했다.

 

미술적으로 어느정도 성장한 그는 드디어 몽마르뜨에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하였는데 그 당시의  몽마르뜨에는 화가들의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고급 카바레, 카페, 바, 사창가가 밀집하여 있었다. 풍차로 밀을 빻는 제분소도 그곳에 있었는데 어떤 이가 인수해서 고급 카바레를 만들었다. 멀리서도 눈에 잘 뜨이게 건물 위에 있는 풍차를 빨간색으로 칠하였는데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는 물랑루즈(빨간 풍차) 카바레이다. 당시에는 카바레끼리 홍보전이 치열했는데 물랑루즈는 로트렉에세 홍보 포스터 제작을 의뢰하였고 로트렉은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포스터를 만들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물랑루즈는 빅히트를 쳤다. 덕분에 로트렉은 카바레의 VIP가 되었고 무대 바로 앞에 특별석을 제공받아 술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었다. 그는 공연하는 댄서와 테이블 시중을 드는 웨이트리스를 면밀히 관찰하며 다양한 스케치와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의 주요 대상은 특히 댄서와 매춘부였다. 이에 대해 그의 동료였던 에두아르도 비야르는 훗날 '귀족적인 정신을 갖췄지만 신체에 결함이 있던 그에게 신체는 멀쩡했지만 도덕적으로 타락한 매춘부들이 묘한 동질감을 줬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트렉은 생전에 “내 다리가 조금만 길었어도 그림 따위는 그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자주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저주와도 같았던, 그 장애가 없었다면 우리는 현대 포스터 아트의 시조인 로트렉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

로트렉의 유일한 도피처는 그림이었고 그 다음은 술이었다. 

맥주와 와인으로 시작한 그의 음주는 그당시 유행한 압생트에 이르렀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한 로트렉은 압생트에 코냑을 1:1로 섞은 자신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어스퀘이크 (지진 Earthquake, Tremblement de Terre)라고 이름붙였다.  한 잔 마시면 지진을 느낄 정도로 독한 칵테일이고 그 도수는  45~55도이다. 

최근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장면을 보면 왼쪽 아래에 로트렉이 앉아있고 테이블위에 연두색의 압생트가 보인다. 그 바로 앞에 꼬냑과 꼬냑잔이 보인다. 이 둘을 섞어서 칵테일로 제조해 마신 것이 어스퀘이크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위스키나 보드카, 진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을 독주로 학대한 로트렉은 결국 알콜중독이 원인이 되어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그가 죽자 그를 높이 평가하던 그림상인 모리스 조이앵은 그를 기리기 위해 로트렉 미술관을 세웠고 로트렉의 어머니도 여기에 많은 후원을 하며 아들의 이름을 남기고자 노력하였다.

 

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1,2권 저자

유미주의 화가들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instagram @jshin_korea

email : sjk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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