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총인구수도 5,132만 5,329명으로 2020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이래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70대 이상 인구수는 631만 9,420명으로 20대 인구 619만 7,486명을 추월했다.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가 전년 보다 23만 7,614명 증가한 반면, 20대 인구는 21만 9,695명이 줄면서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8.96%인 973만 411명으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2014년 발표한 책 《2018 인구 절벽이 온다》(원제 : The Demographic Cliff)에서 인구절벽이란 용어를 제시하였다. 인구절벽은 생애주기에서 소비가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인 45∼49세의 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하면 소비가 정점을 지나 감소하게 되고, 수요 부족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경제는 서서히 하강하게 된다고 한다. 2016년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해리 덴트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소비가 정점에 도달해 2018년까지 정체되었다가 이후 급격한 인구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에 있어 베이붐 세대인 1955년에서 1963년까지의 세대를 기준으로 소비 정점인 49년을 감안하면 2012년에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구가 감소되면 고령 인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와 아동인구가 줄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소비는 위축되고 숙련된 노동자가 줄면서 생산성과 혁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개발과 경제활동을 위한 자본 조달도 어려워진다. 공공 세수는 주는데 고령층을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주택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빈집이나 버려진 땅이 더 늘어나면서 도시 또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는 1990년에서 2010년 사이에 7만채가 넘는 집이 철거를 통해 사라졌다. 산업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만 덩그러니 남아 도시 전체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2018년 기준, 주택이나 아파트 7채 중 1채가 비어 있어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될 정도라고 앨런 말라흐 저자는 《축소되는 세계》(김현정 옮김)에서 주장하고 있다.

인구 감소 현실은 우리나라의 여러 분야에서도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

‘학령인구 절벽’ 등의 영향으로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선발 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지난 해의 2배 수준으로 늘어 났다고 한다. 2024학년도 전국 221개 대학의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은 3만 7,332명으로 선발 인원의 14.0% 수준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는 ‘병력 부족’ 현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는 마지막 입영식이 진행되었다. 이날 열린 입영식을 끝으로 1사단 신병교육대는 임무를 해제한다. 저출산 여파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입대할 현역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역병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20세 남자 인구수는 2022년 26만 명에서 2037년엔 19만 명, 2042년에는 12만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현재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현역병 20만 명 이상이 입대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 정도 속도라면 2040년대엔 현재 병력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문제와 관련하여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4일 ‘10년 후 대한민국을 위한 신년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인구절벽”이라고 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절벽 문제를 심각한 국가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아젠다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 국회의장은 최소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갖고 보육·교육·주택 등 3가지 정책의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저출산-고령화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민자를 수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 도입에 있어 고급인재는 각 국가들이 우선적으로 수용하지만, 생산 현장의 비전문외국인의 유입에는 논란이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며 혐오 발언을 내뱉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초안 보다 이민 문턱을 높인 자국 법 개정안을 두고 “필요한 방패”라고 했다. 대체적으로 고급 인재의 유입은 환영하지만, 자국의 경제와 사회에 부담이 되는 난민의 유입은 꺼리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이민자 수용 수가 상당히 적다. 그러나 지난달 6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개최된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여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약칭 이민청) 신설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이날 한 장관은 “이민 정책은 할 거냐 말 거냐 고민할 단계를 지났고, 안 하면 인구재앙으로 인한 국가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자 수용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은 아니다. 이민 친화적 정책을 펼친 캐나다의 경우 이민자 급증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캐나다 정부가 이민자를 수용하는데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이민자 수용은 사회-경제-문화 등의 분야에서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민자의 삶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반만년 역사의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을 품고 있는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이제 이민자 수용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이민자 정책 보다 중요한 것은 보육-교육-주택 등의 정책이 젊은 세대들에게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라고 본다. 새로운 세대를 기대하자면 누구라도 태어나 어렵지 않게 성장하고,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결혼과 출산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다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 여론조사업체 피엠아이가 전국 20∼69세 남년 3,000명을 대상으로 향후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대의 34.0%, 30대의 38.1%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결혼할 의사가 없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가 29.8%로 가장 높았다.

어떠한 정책도 실효성이 없다면 실행할 필요가 없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역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라도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한 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청용의 해를 맞아 지난 4년간 감소한 우리나라 인구 추이에 인구 증가의 전환점이 발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통계청 발표 우리나라 장래 인구 추계
통계청 발표 우리나라 장래 인구 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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