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변함없는 푸름을 유지하기 위해 묵은 잎이 떨어지기 전 새 솔잎을 싹 틔우는 소나무. 한국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그 우직함으로 한국인의 마음속 풍경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소나무처럼 오랜 세월을 묵묵히 나무와 함께 하며 우리 전통문화재 건축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이광복 도편수(대목 2236호, 광주이씨 21대손)가 그 주인공. 이광복 도편수는 나무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손등과 손바닥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들을 영광의 훈장으로 여기며 전국 각지에 내 땀과 손길이 배인 건축물들을 영광의 훈장으로 생각해 왔다. 

                                                                                                                  이광복 도편수
                                                                                                                  이광복 도편수

도편수는 나무를 다스려 천년 혼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나무와 흙과 돌을 다스려 기둥을 세우고 다포를 올리고 기와를 얹기를 수십 년. 수없이 많은 나무를 베고 다듬었지만, 이광복 도편수는 여전히 나무를 사람 다루듯 소중하게 여기며 ‘시대의 도편수’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늘 한옥 앞에서 겸손하다. 

“한옥에 쓰이는 나무와 흙, 그리고 돌, 기와, 창호지 등 모든 것은 자연에서 왔다. 자르고 깎아도 살아서 숨을 쉰다. 한옥은 자연의 일부로 살아 있는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처마 곡선의 미학, 한옥 기단의 높임철학, 창호의 예술적 아름다움 등을 고스란히 접목해 새로운 k-한옥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광복 도편수가 지금까지 도편수로서 꿋꿋이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우리 고건축 문화의 전통을 되살려 후대에 계승하는 기능 보유자로서의 사명감과 선대 대목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건축의 맥을 잇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건물들은 화려하지만 영원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수백 년을 꿋꿋하게 버티는 우리 전통의 한옥과 비교할 수 없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편안함과 넉넉함, 그리고 건물 자체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균형과 조화를 생각한 옛 장인들의 정성스런 손길과 마음이 담긴 탓이다. 얼마 전 미국 방문차 들린 뉴욕의 코리안 스테이크 가게에 들마루를 만들어 주며 현지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이광복 도편수는 “궁궐은 그에 걸맞는 위엄과 격조 높음이 있고, 사찰은 사찰대로의 엄숙함과 편안함, 민가는 나름대로의 소박하고 친근한 멋이 배어 있다. 바로 이것이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옥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 옛것들을 등한시 하고 다가올 미래만을 바라보고 있는 오늘날 모두가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아울러 한번쯤은 이를 위해 땀 흘린 수많은 장인들의 노력과 열정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옥이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 문화라는 가치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 21세기 세계 시장에서 k-한옥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남은 생을 바치겠다는 이광복 도편수의 노고에 무한한 경의를 표하며 K-한옥의 조율사로서 그려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늘 나에게 평안과 휴식을 가져다주었고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지금 이 순간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 낸다. 나 역시 인생의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다가 미련 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처럼 생의 마지막까지 나무와 함께 하며 목수로서의 삶을 영위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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