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2월 9일로 금년 정기국회가 끝났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처리해야할 중요한 과제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해결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입만 열면 민생 국회를 외치지만 민생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행태를 바라보는 눈은 슬프기만 하다.

먼저 새해 예산안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우리 헌법 제54조 제2항에 의하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에 의결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야는 정쟁에만 몰두하다가 엊그제 막을 내린 정기국회 회기 내에서 조차 예산안은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가 지난 20년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한 것은 박근혜 정부시기 2015년, 문재인 정부 시기 2021년 등 단 2번만 성공하였고, 나머지 18번은 모두 실패하였다. 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안을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고자 특별한 노력을 했던 과거사도 있다.

1994년 12월 2일 새벽 4시쯤 국회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야당의 반발로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하루 앞두고 155명의 의원들에게 12월 2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장에 집결하도록 한 후 당시 이춘구 국회부의장이 무선마이크로 사회를 보며 예산안을 처리하였다. 당시 예산안 처리는 사회자인 국회부의장이 의장석이 아닌 국회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서 처리한 관계로 야당은 무효를 주장했다. 하지만 4일 후 당시 황낙주 국회의장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장소라면 어떤 곳에서도 사회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2002년 국회법 개정하였는데, 현행 국회법 제110조는 “표결할 때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선거제에 대하여 살펴보자.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에 의하면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금년 4월 10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가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12월 11일 오늘까지도 국회의원 선거구는 확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내일 12월 12일은 예비후보자 등록일이다. 당장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되는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가 정확하게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야는 12월 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위원 1명으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선거구 획정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첫 회의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 등에 대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였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과거사를 살펴본다.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 대한 선거구는 선거 42일 전인 2016년 3월 2일 결정되었고, 2020년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총선 선거구는 선거 39일 전인 2020년 3월 7일 확정되었다. 내년 4월 10일 실시될 제22대 총선 선거구 역시 해를 넘겨야 결정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기초가 튼튼해야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국회는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인 책무부터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여야간 정쟁의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예산안과 선거구 획정과 같은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요즘의 국회를 생각하자면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고 살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국회 전경 (필자 촬영)
국회 전경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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