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20세기 복합재료와 복합미디어의 활용은 현대 미술 분야에 매우 큰 도약과 표현 영역의 확대를 가져왔다. 현대미술에서 주목되는 근본적인 변화는 작품자체의 존재방식이 ‘열린 개념’의 존재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적 사고인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개념 대신 불연속적인 개념에서 파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더 이상 과거의 미술에 머무르지 않고 미술과 인접한 비 미술의 영역에 관심을 갖고 다른 기법을 탐구하면서 각 영역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전통의 방식을 중시하면서도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통찰을 통해 전통서각의 기법을 더욱더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는 김영미 작가가 서각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서각작품을 창작해 가고 있다. 서각이란 글씨나 그림을 나무, 돌, 금속, 대나무, 상아, 옥 등의 재료에 도구를 통해 새김질을 하는 예술로 김영미 작가는 국제문화예술명장(서각명장 제22-03-03-01호), 한국만다라 이수자(제22-016호), 아시아명인(제 21-29호)으로 지정된 서각명장이다. 

평범한 나무가 그녀의 손길을 통해 예술이 된다. 나무의 결을 섬세하게 잘 살리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을 들인 섬세한 칼질을 거쳐 완성되는 김 작가의 서각 작품은 전통목공예의 전통성을 부각시키고 예술적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그 본연의 결을 섬세하게 잘 살린 기법과 조화롭게 배치된 글씨의 모양, 그리고 깊이 있는 채색까지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서각을 확고히 정립했다. 힘이 넘치면서도 굵은 선을 보여주는 작품부터 섬세하고 미려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김 작가는 “나무를 소재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서각은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뭇결에 따른 문자의 배치를 통해, 각각의 문자가 하나의 조형예술로 탄생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숭고한 체험이다. 나무 안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품어내는 아름다운 작품들은 바라볼 때마다 새로운 상념을 선사하며 더욱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무릉서각예술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후학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서 김 작가는 전통 서각기술에 대한 이론 강의는 물론 실제 작품 제작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서각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문화의식이 높고 안정적인 작업환경이 갖춰져 있는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문화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저변만 조성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서각작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항상 품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전통서각은 민족의 삶과 숨결이 내재된 소중한 자산이자 정신이다. 구시대적인 유산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개발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민족적 동질감을 고양시켜 주며 생각을 배우고 앞으로 살아나갈 방향을 찾아갈 근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우리가 이처럼 우수한 문화와 장구한 역사를 계승해 21세기 인류문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토대로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창조해 가야 한다. 김영미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잃어가는 마음을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민화를 통해 되새겨 보고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정서와 서각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창작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가고 있는 김 작가는 서각의 명인 경지에 이른 지금도 한결같이 겸손한 마음 자세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예술성의 한계와 씨름하며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절치부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모든 나무는 저마다 가진 향기와 색상, 그리고 결의 무늬도 다르다. 서각은 단순히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교감하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서각의 맥을 이어가며 현대 미술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김영미 작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을 갈구하는 그녀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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