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영국 BBC 방송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찾아 식민 지배 당시 행해졌던 독일의 폭력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전했다. 탄자니아는 1885년부터 1918년까지 33년간 독일 제국의 식민지였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곳(탄자니아)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이자 여러분 조상의 역사이며, 우리 독일 조상의 역사로서 식민지에서의 독일 군인들이 여러분의 조상과 그 전우들에게 한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30일 독일과 탄자니아는 양국 경제협력 확대와 식민지 과거에 대한 공동규명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에게 독일이 약탈한 문화재와 탄자니아인 유해 송환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CNN 방송은 이번 방문에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배상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일은 2021년 옛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에서 110년 만에 종족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빌면서 나미비아 재건을 위해 향후 30년간 11억 유로(한화 약 1조 5,800억원)를 내놓기로 한 바 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10월 26일 우리 대법원에서 서산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한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은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7년의 소송전 끝에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건이다. 1심에서는 불상이 약탈되었기에 한국 사찰(서산 부석사)이 승소했으나, 2심에선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본의 옛 민법에서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취득시효’ 논리를 들어 일본 사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문제의 불상은 1330년대 고려시대 충남 서산의 부석사에 보관돼 있던 것을 왜구가 약탈해 갔다. 그리고 불상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사찰이 법인격을 1953년 1월 26일 취득하였으므로 2012년 10월 6일경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의 불상을 탈취당하기 전인 1973년 1월 26일에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일본 식민치하에 있었다. 그리고 지난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관계를 정상화하기는 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세계 2차 대전 전범국 중의 하나인 독일이 보여주는 반성의 모습은 식민통치에서의 행위가 문서나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밝힌 2023년 1월 1일 기준 해외에 유출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22만 9,655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중 41.7%인 95,622점이 일본에 있다고 한다. 간헐적으로 우리 문화재가 외국에서 반환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과거 식민 역사의 아픔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일본 만이 아니라 식민통치의 주인공이었던 모든 국가는 불법적이고 강압적으로 약탈한 모든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주어야 한다. 세계인이 화합하고 공동으로 번영하자는 것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아직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지만 지난 시기 식민 치하에서 일본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하루 속히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더불어 한일 과거사에 대한 논란도 올바르게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탄자니아 방문에서 슈터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느꼈다는 부끄러움을 일본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상상일까.

10월 26일 대법원에서 일본 소유로 판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10월 26일 대법원에서 일본 소유로 판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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