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용환승

용환승 교수
용환승 교수

포스트휴먼 시대가 오고 있다. 포스트 휴먼(post-human)이란 현재의 인류 다음에 오고 있는 새로운 진화된 인류를 의미한다. 포스트휴먼의 정의는 학자들에 따라서 다양한데 필자는 선진국 시민, 스마트 휴먼(IT), 바이오(BT), 트랜스휴먼(IOT), 초지능 AI, 디지털 영생의 여섯 가지 조건으로 정의해보고 우리나라가 언제쯤 포스트휴먼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점검을 해보고자 한다.

선진국 시민

선진국이란 소득수준이 높아서 의식주 문제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풍요 외에도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의 시민이면 이 조건은 달성된다. OECD 30개국이거나 소득 3만 불 이상이면 충족된다고 볼 수 있다. 경제력과 자유 외에 추가한다면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가 없는 국가가 되려면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이 투명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공직자의 모든 언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디지털 사관제도의 도입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스마트 휴먼

스마트휴먼(Smart human)은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인간을 의미한다. 오늘날 네 살 아이도 스마트폰에 빠질 정도로 현대인은 중독되다시피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있다. 분명하게 말하면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가 될 정도로 수십 가지의 사물을 스마트폰 하나가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전, 지도, 노트북, 내비게이션, 인공위성 위치수신, 다국어 통역사, 라디오, TV, 신용카드, 노트, 카메라, 비디오, 일정표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기능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태풍의 현재 위치와 세계의 모든 항공편, 제품 정보와 가격, 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을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영상을 포함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마법의 기기다. 물론 심심할 때 대화상대가 되어 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전철, 숲속, 공원, 카페, 모임에서 조차 늘 스마트폰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으며 폰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두번째 포스트휴먼의 이 조건은 오늘날 대다수가 충족하고 있다.

바이오 휴먼(Bio-Human)

바이오휴먼은 의학 분야의 발달로 인하여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바이러스와 암 등 인간에게 발생되는 모든 질병으로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서 해방되어 누구나 제 수명대로 살고 세상을 떠나는 조건을 의미한다. 아직 암과 같은 불치의 질환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암의 발생원인의 완전한 이해와 예측, 중립자 치료와 표적항암제 등은 인류를 암으로부터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노화의 개선이나 신체 냉동을 통한 생물학적 영생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이 세번째 조건의 경우 수십 년내로 인류는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랜스 휴먼(Trans-Human)

트랜스 휴먼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웨어러블 휴먼(wearable human)으로 외부에 물리적 장치를 입어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탄복과 팔다리의 인공대체물 등 여러 부분의 신체를 인공장기를 통해서 극복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가지는 인간을 말한다. 성형수술로 외모를 개선하고 라섹수술로 안경을 벗고 시력을 회복하고 보청기로 소리를 들으며 인공다리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트랜스 휴먼의 대표사례로 로보캅, 육백만불의 사나이, 아이언맨 등이 있다. 오늘날 자가용으로 육지에서의 이동을 해결하였듯이 자가용 보트와 드론, 제트기, 잠수정을 누구나 보유해서 우주여행을 제외하고는 땅과 물속, 하늘을 포함하는 지구촌에서의 이동은 자유로워 질 날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초지능 AI(Super-Intelligence AI)

올해 등장한 ChatGPT와 GPT4의 등장은 특정분야에서 활용되던 인공지능(AI)이 범용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인간이 피조물로 자신보다 지능이 뛰어난 초지능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AI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은 이제 누구나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팔방미인이 될 수 있게 되었다. 포스트 휴먼은 이러한 초지능 AI 서비스를 항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이제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누구와도 언어장벽과 문화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으며 특히 가짜뉴스에 속지 않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직 진짜 사실(fact)만을 접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초지능 AI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실사구시만을 할 수 있도록 가짜가 없는 초지능 AI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능해야만 이 다섯째 조건이 충족된다.

디지털 영생과 휴머노이드

오늘날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실물에 가까운 인공인간(Artificial Human)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많은 인공인간들이 모델과 아나운서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AI 기술은 개인의 글씨체와 음성을 생성하거나 제스처를 학습하여 동작까지 유사하게 제작할 수 있어서 이제 누구나 3D 모델링과 결합하여 자신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고인이 된 가수를 신곡으로 데뷔하게 하고, 역사속의 인물을 디지털로 부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과거 데이터와 생각, 가치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외모에서부터 말과 행동 및 생각이 동일한 아바타 인공인간(디지털 트윈)을 제작할 수 있어서 물리적 신체는 사라지더라도 디지털로 영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인간은 기억과 기록으로 디지털 트윈을 통해서 사이버 공간에서 영생할 수 있으며 곧 등장할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하면 살아서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저명한 분의 생가에 가면 그분과 구별하기 힘든 휴머노이드와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디지털 영생을 위해서는 자신의 일생을 동영상으로 기록해놓을 수 있으며 아니면 일기장 또는 방문한 위치 기록과 음식, 여행지, 느낀 점 등을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의 언행을 모두 기록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기록의 제작은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오늘날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최초의 디지털 아바타가 누가될 지는 이게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초지능국가의 출현

지금까지 포스트휴먼의 여섯 가지 조건을 살펴보았으며 포스트휴먼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현재는 포스트휴먼이 한 사람도 없다.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른 사람이 나오듯 언젠가 이 포스트휴먼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첫 인류가 등장할 것이다. 필자는 10년 후면 새롭게 진화된 신인류인 포스트휴먼이 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어느 나라의 누가 최초의 포스트휴먼이 될 것인지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고령자(65세)의 비율을 기준으로 우리는 14%인 경우 고령사회, 20%이상을 초고령사회로 나눈다. 이 기준을 활용하여 포스트휴먼이 20%가 넘는 경우 초지능국가로 분류해볼 수 있으며 분명한 것은 초지능국가가 미래의 세계 역사를 선도할 것이다. 

물론 AI뿐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이 초지능국가에 먼저 도달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대역 통신 인프라와 AI 등 여러분야에서 선두국가인 우리나라도 충분히 기대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17세기 데카르트가 만든 2차원 좌표계의 개념이 탄생하기  이전인 15세기에 동서남북의 모든 방향을 고려해서 만든 모음 ‘ㅏㅓㅗㅜㅡㅣ’는 완전한 음운체계로 일본어의 경우 ‘아이우에오’, 영어의 ‘aeiou 아에이오우’는 ‘ㅓ’를 표현하는 모음이 따로 없다. 하나의 알파벳으로 여러 발음을 표현하려니 발음기호를 봐야만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초지능 AI에게 최적의 음운을 표현하는 문자를 개발하라고 하면 ‘한글’을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문화 콘텐츠(드라마, 영화 등), 언어뿐만 아니라 음식, 주거 등 생활문화에서 한류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포스트휴먼 분야에서도 선두국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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