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인 추석이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소통 창구인 카카오 단톡방에 필자의 절친인 친구가 고교시절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필자와 다툼이 있었다는 일기장을 공개하여 깜작 놀란 일이 있었다. 친구의 일기장 기록에 의하면 추석을 앞두고 특별활동 시간에 글짓기를 하기로 하였는데, 필자는 시제를 ‘추석’으로 하자고 하였는데, 당시 순 우리말 사용을 주장한 친구는 시제를 ‘한가위’로 하자고 하여 다툼이 있었다고 쓰여져 있었다. 끝까지 ‘추석’을 고집한 필자 때문에 마음이 많이 불편했었다고 친구는 나름 속상한 심정을 표현하여 놓았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추석’과 ‘한가위’를 모두 시제로 설정하여도 무난했을 일을 왜 그리 고집하였는지 아쉬운 마음이다.

사실 ‘추석(秋夕)’이란 용어는 중국인들이 사용하던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가을(秋) 시기를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나누었을 때 음력 8월 15일이 중추에 속하였고, 추석날 밤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월석(月夕)이라 부른 데서 ‘추석(秋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위에 대하여는 ‘한’은 크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고, ‘가위’는 음력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뜻하는 것으로 ‘한가위’라는 말은 (음력)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뜻으로 ‘추석’을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또한 한가위는 신라시대 ‘가배(嘉俳)’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신라 제3대 왕인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재위 24∼57년) 시절에 궁중에서 음력 7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 나라 안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왕녀 둘이 각각 한 편씩 거느리고 밤낮으로 길쌈을 하였다. 길쌈 작업이 끝나고 많고 적음을 견주어 진편에서 음력 8월 15일에 음식을 내어 놓고 함께 춤과 노래 및 여러 가지 놀이를 하였다고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설날과 더불어 추석은 가장 큰 명절로 공식적으로 3일 연휴이다. 불과 십 수년 전만 하여도 추석에는 가족을 비롯하여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함께 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정겨운 명절이었다. 그런 명절이 어느 순간 차례를 준비하는 어머니와 며느리들에게는 노동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스트레스 받는 날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전통적으로 유교 정신에 충실했던 영향으로 추석 명절에 조상을 모시는 차례 행위가 커다란 부담으로 부각되면서 추석 연휴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도 변하기 시작하였다.

추석 명절에 지내는 차례와 관련하여 최근 성균관유도회 총본부에서는 차례 상차림 표준안을 제시하였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지만, 제사에 준하는 수준에서 차례를 준비해온 관행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예서의 기본은 주자(朱子)가 정리해 놓은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여기서 차례에 대해 “계절에 나는 과일, 음식을 올리라”정도만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성균관유도회에서 제시한 차례상 차림을 보면, 과일 4종류, 백김치, 구이(적), 나물, 송편, 술 등 9가지만 놓으면 된다고 한다. 설날 차례에는 송편 대신 떡국을 놓으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은 약 6만원 정도라고 한다. 성균관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명절에 가족들이 제대로 모이지 못하다 보니 차례를 지내는 집이 크게 줄었고, 이대로 가면 차례라는 전통이 아예 사라지겠다는 위기감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 스며있는 추석 명절에 대하여 구구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그동안 추석을 맞아 온가족이 한데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간의 정을 도탑게 하는 풍습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며칠 후에 맞이할 올 추석에는 보다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집집마다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성균관유도회 총본부가 제시한 표준안에 따른 차례 상차림
성균관유도회 총본부가 제시한 표준안에 따른 차례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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