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오늘날 현대의 다양한 미술 속에서 작가의 개인적 삶의 체험과 경험으로부터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된 예술세계를 우리는 시시각각 누리고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 세계의 변모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작업이 고유한 형식의 창안과 새로운 주제의 발견 등의 외적 확장을 통해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자각, 현대미술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고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는 오늘날 염효란 작가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관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염효란 작가
염효란 작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며 심오한 철학이 담긴 작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염효란 작가.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갈등하는 현대인들의 이중적 심리를 그린 ‘FACE’ 연작을 통해 국내 화단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염 작가가 최근 ‘관계’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이 타인과의 접속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를 새로운 시각과 표현으로 시도하며 대중들에게 예술적 창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접속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수많은 사건을 통해 각각 다른 의미의 여러 존재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다른 것들과의 접속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끊임없이 생성 및 변이되는 것이 인간이고, 이렇게 끝없이 변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보여주는 본질적인 모습이다. 개인 한 사람의 모습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어느 한 시점의 모습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다 적절히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시간대의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 이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건과 의미 생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설명되는데 들뢰즈가 말하는 생성이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유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로 되어가는 것으로 무엇으로 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건이란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와 만나게 되는 과정을 말하며, 이러한 사건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고 결국 새롭게 생성된 의미에 의해 새로운 관계도 형성된다. 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탐구하고 이를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조와 생성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사건과 의미 생성을 통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노력해야만 하는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 7. 12부터 7월. 18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린 염 작가의 제 20회 초대전 ‘RELATION'은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도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고 있는 염 작가의 최근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인간 본연의 모습 자체를 포용한 흔적과 이에 따른 관계에 대해 고찰한 염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은 오토그래픽 기법을 사용해 관계를 형성하는 사건의 발생이 우연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인물의 표현에 있어서도 사건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생성을 좀 더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굉장히 파편적이고 해체된 모습으로 이미지화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은 시간에 따라, 그리고 사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 하나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많은 경향들은 미술의 전통적인 방식들을 벗어나 매체와 표현방식의 확장, 심지어는 미술의 개념까지도 끝없이 넓어지고 있다. 시각예술이라고 여겨졌던 미술은 청각, 촉각, 심지어 후각적인 요소들과 비미술적인 재료들의 등장으로 점차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세기말의 문화를 대변했던 포스트모던 현상들 이후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거나 혼종되는 문화들 속에서 우리는 늘 문화적 경계성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염효란 작가는 “인간의 삶은 자기를 둘러싼 주변 조건들과 자기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하는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추구하는 힘든 과정”이라며 “내게 있어 작품 활동은 내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지속적인 반응, 그리고 소통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철학과도 같다.”고 말한다. 

미술은 나에게 있어 표현 언어이자 소통의 장이라며 대중들에게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전이되길 바란다는 염효란 작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나서 나의 꿈을 그리게 되었다’는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처럼 미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그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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