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에서 함께 한 한-미-일 정상
캠프 데이비드에서 함께 한 한-미-일 정상

광복 78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는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비해 윤 대통령은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자”고 했다. 전-현 두 대통령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8일에는 한-미-일 정상들이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의를 갖고, 3국간 협력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협력 범위도 대폭 넓히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였다. 특히 3국 정상은 한-미-일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위협에도 공동대응한다는 ‘3국간 신속한 협의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별도의 문건으로 채택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일련의 외교 행보 속에서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노라면 필자는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올해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 등의 문제는 현재 진행중이다. 더구나 기시다 총리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헌납하는 행위를 하였다. 아직도 일본은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 미래지향적인 의식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느껴져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엘리제조약이 부럽게 느껴진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가 1963년 1월 22일 체결한 우호조약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나폴레옹 3세 당시의 보불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통적이고 역사적으로 철천지 원수같은 관계였다. 이런 상황을 두고 1958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독일(당시는 서독) 아데나워 총리가 처음 만났다. 이후 수차례의 상호 방문을 진행한 뒤 4년 만인 1963년 1월 두 나라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은 외교-국방-교육-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양국간 포괄적 협력관계를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EU)과 유럽 단일화폐인 유로를 탄생시키는 산파역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독일은 나치 전쟁범죄에 대한 과거사 청산을 철저하게 진행했다. 사회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던 전범 전력자들이 축출됐고, 나치 전쟁범죄에 대한 시효를 폐지하였으며,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졌다. 1970년 12월 당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폴란드 방문시 바르샤바에 있는 유대인 게토 수용소의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과거 전쟁범죄를 독일을 대표해 사죄하는 ‘바르샤바의 무릎 꿇기’는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독일의 나치 청산과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이었고, 우리에게는 35년 식민통치의 아픔을 안겨준 일본. 윤 대통령의 파격적인 광복절 메시지에 대하여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참가도 형식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한일 양국은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갈 수 있다’ 사실을 조속히 깨달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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