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초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브리즈 앤 스트림에서 나온 볶은 보리소주 '번트보리25'의 레이블을 보면 영화 '취화선'의 한장면이 생각난다.

취화선은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혜원, 단원과 함께 3원으로 불리는 조선 후기의 화가.
취명거사 (醉瞑居士)라는 호가 너무 잘 어울리는 화가.
천한 신분이었지만 천재적인 그림 실력으로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은 화가.
글자는 못 깨우쳤어도 한번 본 그림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재현해내는 재주를 가진 화가.
술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런 수식어와 찬사가 끊이지 않는 화가 장승업이 그당시에 마신 술은 무엇이고 어떤 맛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어느날 문득 생겼다. 

조선시대 자주 내렸던 금주령은 조선후기에 들어 농업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전기에 비해 훨씬 적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백과사전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에 보면 수백가지의 술이 소개되었고 지금도 양조장들은 임원경제지에 나온 술들을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특히 탁주와 소주를 많이 빚어 마셨는데 갈수록 독주를 선호하였다 하고 한양 가게의 절반이 술집이었다고 한다. 

그럼 과연 장승업은 어떤 술을 마셨을까.
물론 소주도 마셨겠지만 주로 탁주를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영화의 한장면이지만 지붕위에 앉아 소주를 병째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과 높은 관직에 있었지만 이전 마음 편하게 마셨던 술이 탁주일것 같아서다. 

그당시의 탁주는 어떤 맛이었을까.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도 없었으니 시큼텁텁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입맛에는 맞지않겠지만 그 맛이 궁금하다. 

조선 중기의 유명화가 취옹 (醉翁) 김명국은 술을 마시기 전과 취해서 그린 그림의 차이가 많았다고 하는데 장승업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오늘 막걸리 한잔 하고 장승업의 그림들을 감상해야겠다.

 

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저자
유미주의 작가들의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instagram @jshin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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