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5월 30일자 칼럼에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추억하며 국가보훈부에서 기념관 건립 사업을 내부적으로 작성하였고, 서울시와 함께 부지 선정 등을 위한 사전 조사 작업에 착수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과 관련하여 지난 6월 2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대통령 중에서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기념관이 있지만,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만 기념관이 없었다.
추진위 발족식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았고, 추지위원으로는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고문, 인보길 뉴데일리그룹 회장,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회장,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복거일 소설가 등이 참석하였다. 이날 추진위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인 이인수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상임고문, 박지만 EG 대표이사, 노재현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 5명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추진위는 재단법인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을 설립하여 기념관 부지 선정, 기금 모금 운동, 사업 신청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예산과 관련하여 정부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따라 전체 사업비의 30%를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일생을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대한민국 제헌국회 초대 의장으로 헌법 제정을 이끌었고, 초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을 잡았다. 기습적인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냈고, 거부하던 미국을 설득하여 기어이 한미동맹을 맺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한편으로 대통령 재임시절 집권 연장과 독재라는 과오가 분명하게 있기는 하지만, 4·19 혁명 당시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왔다.
지난 3월 26일 4·19 혁명의 주역 50여명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이승만 전 대통령은 1875년 3월 26일 황해도 평산 출생)을 맞아 국립 현충원 묘소를 참배했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 하야”를 외치다 옥고를 치르는 등 고초를 겪은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과오뿐 아니라 공을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사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결단하여 수천년에 걸친 낡은 체제를 혁파하였고, 오늘날의 교육제도를 정착시켰으며, 황무지나 다름없던 나라에 원자력 연구소를 세웠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독립한 전 세계 140여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바로 그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독도문제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제2차 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와 관련하여 보여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결단을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한다. 강화조약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조항에 대하여 문제가 발생하였고, 결국 최종 조약에는 독도 조항이 빠진 채로 발표되었다. 조약 체결과정에서 연합국 최고사령부 지령으로 독도로의 일본인들의 접근이 불허되어 있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1951년 9월 8일 체결되고 1952년 4월 28일 발효되면 연합국 최고사령부 지령이 무력화될 것을 염려하여,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1월 18일 ‘대한민국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일병 ‘평화선’이라 약칭)을 발표하여 독도 영유권을 선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부지로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인근, 서울 종로구 소재 인승만 연구원, 그리고 낙산 근린공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부지가 어느 곳으로 정해지든 우리 역사의 좋은 교훈이 되도록 기념관이 잘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오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면서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