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제공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일랜드EP는 내부협의를 통해 올해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한 투자를 검토하지 않는 쪽으로 운용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글로벌ESG혁신성장펀드(이하 ESG펀드)'가 지난 2021년 결성한 드라이파우더가 900억원 가량 남아 있지만, 적당한 투자처를 찾아도 자금을 집행할 수 없어서다. 펀드 구조상 피투자기업에 풀무원이 비슷한 규모로 공동 투자를 하지 않으면 활용이 불가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ESG펀드는 조성 당시부터 풀무원을 파트너사로 낙점하고 펀드레이징이 진행됐다.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부족해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LP)의 출자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일랜드EP가 펀드를 결성하고 특정 기업에 투자하면, 풀무원이 동일 기업에 펀드에서 들어간 금액 이상을 후순위로 투자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다만 투자대상은 풀무원 관련 업체로 한정했다.

2022년에는 풀무원푸즈USA가 단행한 유상증자에 400억원을 투입했다. 풀무원 계열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펀드 투자분의 20%만 출자해도 된다는 조항에 따라 풀무원식품의 미국 자회사 풀무원USA도 100억원을 넣었다. 이때까지만해도 계획대로 펀드 투자집행이 원활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풀무원에서 자금조달 이슈가 발생되면서 지난 3월 'IBK그린 PEF'는 2018년 풀무원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당시 풀무원은 700억원 상당을 상환했는데, 이 펀드의 만기는 사실 5년 가량 남아 있었다. 

하반기에는 총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및 신종자본대출의 스텝업(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다. 풀무원은 이자비용 감면 차원에서 이를 상환하기로 했다. 자금은 회사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영구채를 발행해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하일랜드EP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가 영구채를 인수하기 위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풀무원의 자금여력 부족으로 ESG펀드 투자가 '올스톱' 되자 몇몇 LP들은 자금소진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결성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첫 투자 이후 추가적인 자금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10년 만기 블라인드펀드의 경우 결성 후 3~4년 정도를 드라이파우더 소진 기간으로 본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구조상 풀무원이 공동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하일랜드EP도 자금을 쓸 수 없어 현재 투자가 멈춰진 상황"이라며 "펀드 LP들 중 일부는 풀무원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지 못하는 것에는 답답해 하며 투자에 나설 것을 재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랙레코드를 늘려가야 하는 하일랜드EP도 현 상황이 막막하긴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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