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해 접수화 해수혈(雁隨海 蝶隨花 蟹隨穴)"

“기러기가 바다를 찾고, 나비가 꽃을 찾으며, 게가 구명을 찾는다”는 이 글귀는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이 일방적인 데이트를 요청하자 춘향이가 보낸 거절의 표현이다. 글에서 보듯이 나비가 꽃을 찾아야 하거늘 나비인 이몽룡이 꽃인 춘향이를 오라가라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니 마음이 있다면 이몽룡이 춘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글귀로 이몽룡이 춘향에게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된 일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올 봄 서울을 기준으로 공식적인 벚꽃 개화시기가 4월 4일로 평년의 4월 8일 보다 4일이나 빨랐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3월의 평균기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봄꽃이 2월에 필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봄꽃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봄꽃, 특히 벚꽃 축제를 준비하던 지방자치단체들도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분(受粉 :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겨 붙이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벌이나 나비 등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지 않았다면 이들을 통한 식물들의 번식이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지만, 봄에 피는 꽃들은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운다. 이는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통해 종족을 번식시키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짝짓기를 대신해 줄 매개체가 필요하다. 바로 그 매개체 역할을 벌이나 나비 등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유인하자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봄꽃이 화려하게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를 유인할 향기도 거의 없는 것이 봄꽃이다. 하여 봄꽃은 색깔만 화려할 뿐 향기가 없다. 이들 봄꽃이 스러지고 나면 잎새를 갖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아름다운 색깔 보다는 강렬한 향과 꿀로 다른 꽃들과 유전자 퍼뜨리기 경쟁을 한다. 바로 5월의 장미, 6월의 밤꽃, 같은 시기에 아카시아꽃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올해 필자는 봄꽃을 보는 동안 꽃을 찾는 꿀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봄꽃이 있는 곳마다 벌꿀이 보였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2년 연속 발생한 벌의 떼죽음으로 인하여 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꿀벌은 봄꽃이 피는 4월 초부터 5월 중순 사이에 1년 할 일을 다 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쉼없이 이꽃 저꽃을 날아 다니며 꿀을 빨아와 벌통을 채우는데 이렇게 날아다닐 벌이 부족하다고 한다. 한국양봉협회는 4월 현재 협회 소속 농가의 벌통 153만 7,270개 중 61.4%인 94만 4,000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벌통 하나에 1만 5천~2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음을 감안하다면 최소 141억 6천만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5월을 맞으며, 봄꽃은 스러지고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겠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개화시기의 변화와 벌꿀의 죽음은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봄꽃은 향기는 없지만, 화려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봄꽃은 향기는 없지만, 화려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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