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조각은 삼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만든 입체예술이다. 회화가 평면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인 것과 비해 조각은 물질의 예술이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된다. 다양한 모습으로 생명감을 드러내는 조각은 구체적인 물질을 다루는 까닭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형태나 공간을 재현함에 있어 역동적이며 극적이기도 하여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정찬우 조각가

현대의 조각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ㆍ문화적 변화와 맞물려서 전개되면서 최근 많은 작가들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각계의 역량있는 작가로 조각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고 있는 정찬우 작가가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다양한 오브제를 활력 있는 조형적 변주로 풀어가고 있는 정 작가는 자유로운 사고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통해 개성 넘치는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장르적 접근보다는 ‘조각의 다양한 가능성’을 해석해 나가는 데 주력하며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시류에 편향된 조형’을 지양하고 있다. 즉, 정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거쳐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예술적 개념이 혼재하고 있는 오늘날, 그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하며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가는 스스로 깊이에 대한 감각을 강화시켜야 한다. 사물의 표면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내부를 명확히 포착하기란 어려우며 눈에 보이는 형체를 그 깊이로 상상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조각을 할 때는 그 대상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 느껴야 한다.”

정찬우 작가는 쇠붙이, 돌, 소주병, 밥솥과 부품, 성냥개비, 페트병 등 삶과 밀접한 사물들을 소재로 이를 용접기로 잇거나 망치로 쪼는 등 감각적인 입체작업으로 우리 화단에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 신청사에 조성된 조형물 제작·설치에 참여했고 2014년에는 자신의 공허한 심정을 방에 너부러진 빈 소주병으로 치환한 연작 ‘무제’를 선보였다. 2017년 성냥개비들을 이어 붙여서 기합 받는 사람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 ‘대가리 박아’를 성남조각협회가 주최한 제55회 <조각의 미소> 전시회에 출품했으며 이듬해 12월 인사동 갤러리 H에서 성냥개비와 페트병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로 제작한 ‘대가리 박아’ 시리즈 5점을 전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개최된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에 참가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창작한 ‘첫 키스’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첫사랑과 밤새 나누었던 불같이 뜨거웠던 키스를 5m 크기 대형 작품으로 구현한 작품은 이 행사에 참여한 302명 조각가의 1100여 점의 작품 중 유일하게 판매되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10년째 접어든 ‘대가리 박아’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많은 경향들은 미술의 전통적인 방식들을 벗어나 매체와 표현방식의 확장, 심지어는 미술의 개념까지도 끝없이 넓어지고 있다. 시각예술이라고 여겨졌던 미술은 청각, 촉각, 심지어 후각적인 요소들과 비미술적인 재료들의 등장으로 점차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세기말의 문화를 대변했던 포스트모던 현상들 이후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거나 혼종되는 문화들 속에서 우리는 늘 문화적 경계성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작가들 역시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날마다 새로운 조형세계를 천착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미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미술의 영역에서 무한히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는 것, 그것은 바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과도 통하는 일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정찬우 작가는 “앞으로도 조각과 미술, 디자인의 경계를 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사람들이 내 작품을 통해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잊고 치유와 힐링을 얻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라고 전했다. 끝없는 창작의 미로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감정과 의식에 집중한 감각적인 작품을 창조하고 있는 정찬우 작가.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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