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호 날뫼북춤예능보유자 윤종곤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과거로부터 전해 오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고, 선조들의 숭고한 얼과 가르침을 전해 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전통문화에 깃든 혼은 당시 역사를 만들었던 선조들의 삶이 배어 있는 결정체로, 사라져간 시공을 담고 있어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선현들의 가르침을 통해 역사 문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보존, 계승해야 한다. 전통문화는 현대문화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갖는 것이며 현대와 미래의 문화창조를 풍요롭게 해주는 바탕, 즉 새로운 문화창조의 원동력이다.

윤종곤 선생
윤종곤 선생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민속예술로 평가받는 ‘날뫼북춤’의 제2대 예능보유자인 윤종곤 선생이 우리의 전통 북춤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날뫼’란 아득한 옛날 달내의 냇가에서 빨래하던 여인이 서쪽 하늘에서 요란한 풍악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산모양의 구름이 날아와 이를 보고 놀란 여인이 “동산이 떠 온다.”고 비명을 지르자 날아오던 산이 땅에 떨어져 동산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날아와 산이 되었다 하여 ‘날뫼’라 부르게 되었고, 한자로는 비산(飛山)이라 썼다. 

이러한 ‘날뫼’의 지명은 우리나라 상고의 신모신앙에 근원하고 있으며 날뫼북춤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질서 속에서 서로 근원 회귀하여 화합을 이루려는 신모신앙의 무속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흰 바지저고리에 연두색 조끼를 입고 머리는 상투를 틀고 흰색머리띠를 두르며 허리에는 녹색, 노랑색, 적색띠를 차고 북만이 연주악기로 사용되는 날뫼북춤은 1983년 제2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첫 선을 보인 이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1984년에 대구광역시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김수배 선생이 1927~2006가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다. 이후 윤종곤 선생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날뫼북춤의 전통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북춤은 농사와 관계가 있는 농악 및 걸립, 그리고 지신밟기 형태의 풍물놀이의 차원에서 형성된 춤이 대부분인데, 날뫼북춤은 신비한 전설 속에서 형성된 춤이라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날뫼북춤은 춤사위가 장중하고 군사굿적인 요소가 강해 강하고 절도가 있으며 씩씩하고 절도 있는 모습으로 남성군무의 성격을 띄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때문에 각종 민속경연대회에 수차례 입상했으며 해마다 열리는 정기공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윤종곤 선생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정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날뫼북춤은 비산농악에 뿌리를 두고 두드러지게 발달한 큰북만으로 추는 북춤으로, 대구의 대표적인 민속무용”이라고 말했다.

날뫼북춤은 1983년 제2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1987년 10월에는 날뫼북춤 연구원이 조직되어 이 춤의 기능보유자인 고 김수배 선생과 주정화, 나문구 등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구성과 복색은 쇠 1, 북 12, 장고 1, 징 1 모두 흰옷에 녹색조끼를 입고 머리에 흰띠를 두른다. 연행과정은 덩더꿍이, 자반득(반직굿), 엎어빼기, 다드래기, 허허굿, 모듬굿, 살풀이굿, 덧배기 순으로 연행된다. 1986년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다.

날뫼북춤은 총 12개의 마당으로 구성된다. 질굿과 길군악으로 사람들에게 날뫼북춤의 시작을 알리고 관객에게 인사를 한 후 정적궁이, 반직굿, 엎어빼기, 다드래기 등 12개의 마당이 쉼 없이 진행된다. 날뫼북춤 속의 물레돌기는 원을 그리는 원무로 춤을 추는 사람이 출발에서부터 끝으로 연결되어 원으로 귀착되어 지는데 이러한 원은 원융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날뫼북춤의 여섯째 마당인 ‘허허굿’에서는 춤꾼들이 한발을 들고 뛰면서 북을 둥둥 치며 입으로 ‘허허’라고 외치는데 이는 인간내부의 자연적인 자발성으로 허허라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도가에서는 무위자연이라 부른다. 따라서 허허굿의 ‘허허’라는 춤의 말속에는 북과 하나가 되어 무위자연의 경지에 복귀하려는 삶의 철학이 들어 있다. 날뫼북춤의 일곱째마당은 ‘오방진’이라 하여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는 다섯 방위에 대형을 형성하여 화평과 강녕을 비는 춤판이 벌어지는데 이때의 오방은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하여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깨우쳐 조화되지 못한 모든 부조화를 상생상극의 원리로 순조롭게 살아가자는 의미의 소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날뫼북춤의 주인공은 단연 북이다. 꽹과리와 징도 사용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반주를 위해서다. 또한 날뫼북춤에는 원칙적으로 인원제한이 없다. 무대에 따라 한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기까지 무대의 성격에 따라 인원이 편성되며 통상적으로는 10대 이상의 북이 사용된다. 1992년 대구에서 열린 제73회 전국체전에서는 480여 명이 동시에 날뫼북춤을 선보인 적도 있다. 윤종곤 선생은 “날뫼북춤은 한자 반(46cm)이나 되는 커다란 북을 한 쪽 어깨에 메고 장단을 치며, 장단에 맞춰 뛰고, 넘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힘든 춤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전했다. 

어릴 적부터 농악이 좋아 고향 동네에서는 잔치에서 펼쳐진 어김없이 풍물놀이의 풍물패를 따라다니느라 끼니를 거르기도 일쑤였다는 윤종곤 선생. 북춤의 매력에 이끌려 풍물하는 사람에 비해 비교적 일찍 북을 잡았다는 그는 대구농림고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직장을 다니면서 농악에 빠져들었고 액자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면서도 북과 꽹과리 치기를 계속했다. 오전에 버스를 몰면 오후 내내, 오후에 버스를 몰면 오전 내내 그는 연습장에 나와 북채를 잡았다. 24세 때 비로소 날뫼북춤과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됐다. 우연히 학교 앞을 지나다 둥둥 하는 북소리에 본능적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간 그는 어린아이들이 풍물을 배우는 모습을 한참 넋을 잃고 지켜보다 당시 풍물을 가르치는 강사에게 무조건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 강사가 바로 그의 평생 스승이자 제1대 예능보유자인 고 김수배 선생이었고 운명적인 만남을 이렇게 이루어졌다. 결국 북에 대한 열정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북과 함께 하는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다. 비산농악은 북을 제일 처음으로 배우지만 북의 모든 동작을 익힌 후에 재능에 따라 꽹과리나 장구 등 다른 악기들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북의 매력에 푹 빠진 윤 선생은 북만 치겠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전수관을 찾았으며 그 열정에 스승도 북만 치라고 할 정도였다고.  

윤종곤 선생은 이러한 날뫼북춤을 학교교육에 편성코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교실의 여건, 교사의 풍물을 지도할 수 있는 자질, 악기의 구비 등 풍물을 수업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풍물을 교실 수업에 직접 적용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생각하고 있으며 또 어려운 점이 실제로도 적지 않다. 또한 지도교사 양성에 있어서도 기존 교사들의 체계적인 전통음악의 연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교사 스스로의 전통 음악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윤종곤 선생은 “예전과 달리 요즘 사람들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공연도 많이 찾지 않는다. 현대인들의 무관심 속에 국내에서는 홀대받고 있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항상 기립박수를 받는다. 외국인들이 날뫼북춤 보고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황홀하다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넘어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문화는 민간단체에서 앞장서서 보존하고 명맥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와 언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아끼고 즐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통문화는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수단이자 우리 민족과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시대의 화두는 한국적인 것의 아이덴티티와 전통문화를 콘텐츠로 정립시키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시대의 날뫼북춤’이라는 명제를 위해 다양한 관객의 요구를 수용하고, 문화적 변화를 함께 모색해 가고 있는 윤종곤 선생. 전통문화의 보존 및 계승과 함께 오는 6.12 ~ 27일까지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연을 앞두고 날뫼북춤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오늘도 북춤시위를 벌이는 그의 열정적인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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