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20세기 팝 아트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알려진 앤디 워홀은 20세기 팝아트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였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사용하던 수 천 개의 물품을 612개의 컨테이너에 보관했고 ‘타임캡슐’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가 1974년부터 집안에 채우기 시작한 물건들을 작업실을 이전하는 동안 담아둔 타임캡슐 안에는 그 당시에 유명 인사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부터 신문, 잡지 등 시대의 거울이 되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박윤배 작가
박윤배 작가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캡슐 안에 넣어 보존했다가 특정 시기에 열어서 확인하는 타임캡슐. 박윤배 작가가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오롯이 보존하는 타임캡슐을 소재로 그만의 미학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세계 유일의 딱지미디어아티스트로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딱지아트라는 입체작업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다양한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고 있는 그는 프린터미디어 속에 들어있는 고급정보를 선별해 한지에 인쇄하고 딱지로 접어 오브제로 사용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이슈와 뉴스를 도형화한다.

박윤배 작가는 “색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딱지 미디어 아트’라는 미적 도전을 시작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미디어를 통해 기사 내용대로 형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박 작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창조적 예술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유화 작업을 하다가 전혀 생소한 이 분야로 발을 들여놓은 지 15년째다. 어려서부터 귀감이 되는 글이나 기사 등을 읽는 걸 좋아해 이를 스크랩해 두었고 결국 그것을 압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화 작품의 변화와 압축법을 연구해 많은 양의 기사를 접을 수 있었다. 100년 후 펼쳐도 딱지로 접은 기사는 그대로의 정보를 간직한 채 후대에 전해지게 된다.”

딱지는 정치·사회·문화 등 현재 사회적 이슈와 유명인사의 기사만을 선별해 제작된다. 딱지들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반복적인 드로잉으로 형과 공간 여백을 만들어간다. 딱지의 재료가 되는 신문의 변색을 막기 위해 신문지 양면에 손수 약품 코팅 처리함으로써 작품의 지속성을 높이고 있으며, 재단과 코팅작업을 거쳐 딱지로 접는 데까지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핀셋으로 접어야 하는 5~7mm 크기의 딱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며 무수한 딱지들의 선과 면들은 평면의 회화에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크기와 모양이 각각 다양한 딱지들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하는 과정들은 마치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릴 만큼 무한히 반복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자신만의 감정과 의식에 집중한 감각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으로 마침내 하나의 조형언어로서 완성되는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작품은 박윤배 작가의 예술적 감성을 관통하면서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박윤배 작가의 반복적인 색면조형은 인체뿐만 아니라 시사적 가치성과 자연물, 영감, 상상 등 현대사회의 모든 내용을 이입한다. 대상들의 형을 추상적 접목, 즉 작품의 공존에 딱지의 반복과 연속성을 그리고 인체에서는 다문화시대로 다가오는 유희가 감지된다. 

​이형옥 이형아트센터관장은 “박윤배 작가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조형언어 구축의 정신세계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20여회의 개인전과 프랑스 르 살롱전에서 금상 수상을 받아 한국화단뿐만 아니라 국제 화단에서도 많은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탐닉으로 세상의 빛과 그늘을 담아냈고, 마치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마음으로 화면 위의 매체(딱지)는 질료의 특질과 독백을 리드하며, 또한 부드러운 색면을 자유자재로 접어 구사함에 있어 이것들을 인간의 호흡처럼 즉, 심상의 깊이와 넓이에 의한 우주와의 교감의 연장선상에서 행해지는 독창적 표현 행위로 귀결된다.”고 평한 바 있다.

박윤배 작가에게 작업은 삶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이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영감이다.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 감성적인 느낌을 주관적 시각으로 그대로 표현해 내면서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박 작가는 다수의 취향에 영합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보편화하지 않으며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자 대중취향적 표현방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작위적이고 합목적인 의도보다는 작업 중 발현되는 감흥과 영감의 내습을 중시하며 즉흥적인 구도와 색감, 대상의 배치를 즐긴다.  

앞으로도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박윤배 작가.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윤배 작가는 ​1979~80년 프랑스 ‘Lo-solon전’ 은상과 금상 수상, 일본 연전 장려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목우회 및 수회 입상, 아트페어 부스전, 마이애미·싱가폴·대구 아트페어 등과 그동안 24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 2.9일~2.12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린 서울국제아트엑스포(World Art Expo in Seoul)와 3.2일~5일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AMA 2023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