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장비관리 리콘디션협회 배진우 사무총장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함께 건설현장의 안전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 것이란 기대를 받고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하지만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중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줄고 있지 않고 있으며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업종은 여전히 건설현장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당초 정부가 기대한 법 시행에 따른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인 현장의 안전보다는 처벌에만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란 우려와 함께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후화된 중장비와 무거운 자재는 언제든 현장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조잡한 중국산을 비롯해 대거 수입되고 있는 불법개조된 낡은 장비 등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중장비가 전국 건설현장에서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 검사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서류 심사만으로도 통과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러한 부실 장비들이 전국의 건설 현장으로 보급되다보니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배진우 사무총장
배진우 사무총장

이에 (사)한국장비관리 리콘디션협회가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16년도에 비영리사단법인으로 허가받은 단체로 건설현장에 많이 투입되고 있는 노후건설기계의 안전성향상을 통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빈번한 굴착기, 고소작업대, 트럭, 이동식크레인 등 노후건설기계의 수명연장에 관여하다보니 자원재활용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배진우 사무총장은 “현재 국내 등록된 건설기계 53만대 중 10년 이상 된 노후장비가 20만대 이상이다. 특히 국내에서 제작하지 않는 기종이 훨씬 더 많은데, 이런 장비들은 노후도가 더 심한 편이다. 최소 수억~수십, 수백 억을 호가하는 건설기계는 자동차처럼 10년마다 바꿀 수 있는 소비재가 아닌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가깝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안전사고처벌을 피하기 위해 연식제한(10~15년 이내의 장비만 반입허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장비가 오래되더라도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 확인은 장비를 분해해서 확인하는 리콘디션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리콘디션은 산업의 규모나 영향 면에서 국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국가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리콘디션협회는 서울시의 정식허가를 받은 단체로 국토교통부에 새로운 협회등록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토교통부는 20년 이상 노후된 건설기계를 수출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장려하는 상황이다. 배 사무총장은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기조를 현재 자원재활용이나 탄소중립에 맞게 누군가 좀 바꿔줬으면 한다. 오래된 장비는 사고가 더 많을 거라는 비전문가적  판단이 실로 어마어마한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5년, 10년 후의 변화가 과거 50년의 변화보다 더 급변할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리콘디션협회의 ‘건설기계사고방지프로그램(CAPP)’은 건설기계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더욱 안전한 장비를 만들기 위해 스마트센서와 통합관제시스템을 합쳐서 만든 것으로 적용하는 즉시 국내 건설현장의 사고율을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콘디션협회 홈페이지나 유튜브(https://youtu.be/qZCoVQG7I2Y)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까지 건설현장에서 안전검사, 정기검사 등 많은 검사들이 시행되어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십 톤, 수백 톤에 달하는 건설장비를 현장에서 분해할 수는 없기에 대부분의 검사들은 외관위주의 검사, 외관위주의 비파괴검사 등에 불과했다. 리콘디션은 사전에 공장에서 장비를 분해해서 안쪽의 중요부품부터 다 검사하게 된다. 리콘디션으로 안전성이 확인되면 고가의 장비는 건설현장에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리콘디션(재재조) 전 사진
리콘디션(재재조) 후 사진

 

“오래된 장비는 헐값에 외국에 수출되거나 폐기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국가적인 에너지의 낭비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수리하면 성능과 안전성을 신품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외국의 논문으로 다 예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오래된 건설 장비들은 첨단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목적에 맞게 조금만 수리하면 얼마든지 수명을 연장해서 쓸 수 있는 기계들이다. 부품들 역시 국내에서 품질이 인증된 것으로 공급받아 수리할 수 있는 체계가 이루어져 있으므로 국내 부품산업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새 장비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니 외화도 절약할 수 있으며, 장비주는 신제품의 대출 없이 쓰던 장비를 계속 쓰니 부담이 줄고국내 영세부품업자들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자원재활용과 탄소중립에도 기여하는 것이 바로 리콘디션(건설기계재생) 산업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의 안타까운 인명사고. 지속적인 대책마련과 교육 및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함으로서 근로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바로 현장에서의 안전문화를 정착하는 초석일 것이다. 

배진우 사무총장은 “오늘날 건축물은 점점 더 초고층화, 대형화되어가고 있지만, 건설 산업은 전 산업재해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이에 따라 안전관리의 중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안전관리 형태도 점차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면서 “CAPP는 적용하는 즉시 국내 건설기계의 사고율을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국내 모든 건설현장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향후 계획이자 목표”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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