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현대미술계는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방향의 회화관이 지속적으로 모색되며 전개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주제ㆍ기법ㆍ매체의 사용에 있어서 그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으며 표현에 있어서도 사고과정의 중시, 예술 영역간의 상호교류, 매체 수용의 다양화, 다양한 주제와 기법의 수용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미술개념을 아우르고 있다. 이는 곧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ㆍ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현대 미술계의 많은 작가들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자각, 현대미술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고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다양한 미술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는 현재 모든 지구상에서도 부단히 이뤄지고 있으며, 작가의 개인적 삶의 체험과 경험으로부터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된 예술세계를 우리는 시시각각 누리고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문서영 작가가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에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장르적 접근’보다는 ‘회화적인 것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해석해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는 문 작가는 ‘시류에 편향된 조형’을 지양한다. 자유로운 사고를 기반으로 다양한 회화적 실험을 거듭하면서 기존회화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제의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창안과 매체의 발견, 장르의 확장을 지향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문서영 작가는 스테인리스를 오브제로 활용한 작업에 천착해 왔다. 스테인리스의 차가움을 감싸 안은 따뜻한 은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췄다는 그녀의 독창적인 회화는 새로운 시도들로 점철돼 있다. 스테인리스를 그라인더로 다듬고 정지작업을 한 후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다시 그 위에 스케치를 한다. 스테인리스가 남겨지길 원하는 부분 외에는 제거하고 유화작업으로 색감을 입힌 후 작은 비즈장식으로 매력을 더한다. 스테인리스가 가지는 물성, 재료적 특성, 세련된 광택, 그리고 사각의 캔버스라는 평면성에서 출발해 두들기고, 갈아내는 가공을 반복하며 완성되는 문 작가의 작품은 회화와 같은 입체감과 함께 신비하면서도 환상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독자적 해석과 관찰력으로 새롭게 재구성된 작품들은 절제된 컬러와 자유롭게 전개된 이미지가 파노라마를 이루며 끝없는 상상력과 풍성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스테인리스 작업에서 조금 더 동양적이고 자연의 아름다운 색감을 표현하고자 아크릴물감과 한지를 이용한 아크릴화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의 미의식과 정서가 조각상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자연을 구상하고 있는 문 작가는 아크릴 물감의 맑고 선명한 색감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바탕에 고운 모래를 깔아 자연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문서영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한지가 가지고 있는 기능적, 예술적 우수성과 작가 고유의 표현 방식이 조화를 이뤄 실험적이고 새로운 조형미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으며 자연의 본질을 현대적 이미지로 승화시켜 동양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많은 경향들은 미술의 전통적인 방식들을 벗어나 매체와 표현방식의 확장, 심지어는 미술의 개념까지도 끝없이 넓어지고 있다. 시각예술이라고 여겨졌던 미술은 청각, 촉각, 심지어 후각적인 요소들과 비미술적인 재료들의 등장으로 점차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세기말의 문화를 대변했던 포스트모던 현상들 이후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거나 혼종되는 문화들 속에서 우리는 늘 문화적 경계성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문서영 작가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든 현대인들이 내 작품을 관람하며 웃음과 여유, 휴식과 희망을 잉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상과는 다른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정진과 도전으로 일구어내는 희열과 감동이야말로 예술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라고 전했다.

회화의 정형성을 탈피해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감정과 의식에 집중한 감각적인 작품을 창조하고 있는 문서영 작가. 그녀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희열과 감동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