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현대미술은 20세기 이후 매체의 변화와 영역 및 개념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내 왔다. 인간이 생명을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 미술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변화를 받아들이고 문화적 의미를 제고해가야 한다. 오늘날 미술인들은 지금까지 존재해 온 미술과 과학의 연관성, 미술과 기술의 관계를 넘어 매우 독특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우리를 이끌고 있으며, 우리가 미술의 역사를 통해 경험해 왔듯 인간과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다양하게 통찰해가고 있다.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트랜스휴먼으로 대표되는 기옥란 작가가 ‘인간 너머의 인간’을 지칭하는 ‘트랜스휴먼’ 시리즈를 통해 우리 미술계의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21세기 문명의 중요한 키워드로 그동안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체계였던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려는 사상이다. 또한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특성과 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지적·문화적 운동이며 개인의 가치와 선택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자유, 또는 ‘민주주의’나 ‘진보’에 대한 가치를 내세우며 계몽주의적 사상을 지향하는 이념이다. 

트랜스휴먼에 대한 논의는 디지털, 생명기술 시대에 ‘인간됨’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신체변형과 증강이 ‘인간의 본질’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 도래한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혹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알수 없지만 기옥란 작가가 추구하는 트랜스휴먼의 새로운 문명적 도전은 인간의 삶을 거시적으로 내다보며 미래와 변화의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트랜스휴먼-행성여행
트랜스휴먼-행성여행

기옥란 작가는 “3D, 아바타, 사이보그, 가상현실, 인공생명, 유전공학, 나노공학 등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이 구현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오랜 기간 최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의 시간들이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상상하는 것을 곧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마인드업이나 다운로딩은 뇌 속에 저장된 기억들을 컴퓨터에 저장해두었다가 사고나 죽음으로 기억을 잃었을 때 컴퓨터로부터 다시 다운받아 기억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지식과 기억을 ‘백업’해 놓았다가 새로운 몸에 ‘부팅’하면 완전히 영생할 수 있을까? 트랜스휴먼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한 부분을 찾아 보완함으로서 완벽하게 개조된 새로운 존재로 인간 실존과 변화의 연속성 안에 있는 인간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트랜스휴먼- 히말라야 산맥을 넘다
트랜스휴먼- 히말라야 산맥을 넘다

기술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며 인간에 대한 이해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기옥란 작가는 리드미컬한 구성 속에서 비대칭적인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인간의 삶과 예술을 환기시킨다. 물질 문명사회의 모든 것들이 기 작가의 작품 소재다. 캔버스와 금속 마스크 등에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컴퓨터 부품이나 천연섬유 등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지극히 인위적인 인공물의 첨단 전자 부품들을 충돌시키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물질 즉 인간과 기계문명과의 조화와 화해를 꾀한다. 신경회로망의 복잡함 속의 조화처럼 ‘직선과 곡선의 만남’, ‘인종과 인종의 만남’, ‘문명과 문명의 만남’, ‘이념과 이념의 만남’을 통해 기 작가는 우리 안의 통일을 지향하고 하나뿐인 지구촌의 평화를 모색해가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트랜스휴먼의 시간여행
트랜스휴먼의 시간여행

이처럼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통해 미래와 변화의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아우르며 끊임없이 사유해 온 기옥란 작가는 단조로운 기존의 평면적 추상사진에서 벗어난 우주공간처럼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공간감을 지닌 추상사진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추상사진은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주제로 3차원, 4차원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형상미를 통해 다양한 색상과 흑백의 미묘한 대비적인 표현을 극대화해 팽창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 공간의 행성과 은하, 외계생명체 등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차갑고도 고독하며 때로는 따뜻하게 색채, 점, 선, 면, 입체를 품고 있으며 특히 변화, 통일, 균형, 율동, 대비, 대칭 등 명징하고도 다양한 시각적 추상사진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해내고 있다.

“트랜스휴먼은 인간을 둘러싼 모든 외부적인 권위와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인간의 세계와 문화를 옹호하며 구축하려는 문명의 산물이다. 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의 가치의 상실에 따라 자아를 해체해 재구성하고 휴머니즘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해 온 이성적 인간의 삶과 환경의 변화를 포착하며, 이를 경계 없는 무한지대의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해 창조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조화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간성 회복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충동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에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

언어와 상징과 기호와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이를 해석하는 자는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는 기옥란 작가.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보이지 않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으며 기하학적 형태의 표현은 탈구조주의를 지향하지만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완벽히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끝없이 발전하는 과학과 생태계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오늘날 기옥란 작가의 작품은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할 당위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정착과 이동은 삶의 변주곡처럼 전개된다. 이동 없는 정착 없고 정착 없는 이동은 없다. 우리들은 떠나기 위해 머물고 머물기 위해 떠난다. 이제 우리는 유위에서 무위로, 도시에서 자연으로, 인간에서 자연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 사유의 축을 옮겨야 하고 존재 세계와 인간이 화해하는 세상을 열어나가야 한다.”

트랜스휴먼-원형에 대한 사유
트랜스휴먼-원형에 대한 사유

지난 10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아트광주 22‘와 송도 컨벤시아 전시장에서 열린 ’코리아아트 페스티벌‘에 참가해 관객 및 시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데 이어 11월 인천 송도컨벤션센터 인천아시아아트쇼, 자윤갤러리 초대전을 성황리에 마친 기 작가는 2023년 새해3월 한 달간 전남대 치과대학병원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4월 한 달간 광주보훈병원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7월 한 달간 갤러리 트랜스휴먼 전, 3월 두바이 무역센터의 두바이아트페어, 8월 서울 세텍 컨벤션센터 2023 뱅크 아트페어 등을 앞두고 있다. 

“나의 시선은 푸른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 새로운 창조물의 탄생을 탐색하고 있다.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통해 생명에 대한 충동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길 바란다. 대중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삶의 위안을 전하기 위해 트랜스휴먼의 세계를 꿈꾼다.”

​트랜스휴먼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인간을 특권화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소통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시대성을 창조하고 예술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기옥란 작가의 열정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또 다른 예술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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