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친환경 건축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현대한옥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랜 시간 형성된 전통적 대표 주거문화인 한옥은 최근 들어 식당, 커피전문점, 숙박업소 등 상업용 현대한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옥의 멋과 정취를 덧입힌 ‘나만의 집’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도시화의 산물인 아파트의 한옥형 설계는 전통의 멋스러움과 현대적인 모습을 접목한 새로운 주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은 창호의 문양에 의해 완성된다. ‘한옥의 팔할은 창호다’ 라는 말이 있듯이 한옥은 문의 형태와 창살의 모양에 따라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변신한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한옥도 창호를 달리하면 문살 모양이 주는 ‘착시 효과’에 따라 길고 넓어 보이기도 하며 금새 다른 공간으로 변모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창호는 못이나 접착제의 사용 없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견고하고 뒤틀림이 없이 아름답게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낸다. 장식을 안 한 듯 장식하고 전체적인 비례감을 중시하며 공간의 변화에 따른 율동감을 생명으로 한다. 

가풍국 명장
가풍국 명장

대한민국 목재창호 명장 가풍국 명장(소목 제2834호, 대한민국 명장 제389호)이 문 만들기 50년 외길 인생을 걸으며 한국 전통건축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충남 서산출신으로 19세 때 혈혈단신 서울로 상경한 가풍국 명장은 당시 목공소를 운영하던 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목수의 길을 접했고, 지금껏 60년이 넘는 세월을 목수로 살아왔다. 가 명장은 1972년 건축목공기능사보 자격을 취득하고, 수년간 일본, 중동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덕분에 그는 일본식 창호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1997년 건축목재시공 기능장 시험에 합격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0년 인천시 신지식인 선정, 문화재 소목장(2834호) 등록, 2004년 대한민국 목재창호 명장(04-14호)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들의 표본을 전시판 형태로 제작해 보급해 오며 무려 100가지 나무 표본을 수집해 ‘우리가 꼭 알아야할 우리 나무들’이라는 교육용 표본을 만들기도 했다. 나무 표본 전시판을 제작하기 위해 산림청에 자문하고, 우리나라 산과 들판에 자생하는 나무들을 찾아 헤맨 세월만 해도 수 십 년이다. 가 명장은 “나무는 사람에게 고마움 그 자체다. 평생 목수를 해오면서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었고 우리 나무의 소중함과 자연보호정신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한 나무 표본들이 공방 창고에 쌓여있다.

가풍국 명장은 쉰을 바라볼 무렵 전통 목재창호를 배우기 위해 전통 창호 무형문화재 김순기 선생(경기도무형문화재 제14호)을 찾아갔다. 엄격하고 성격이 불같기로 소문난 김순기 선생의 밑에서 2년간 스승의 보이지 않는 시험을 묵묵히 통과하고서야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던 이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모든 노력이 하나로 모여 마침내 2004년 목재창호 부문 대한민국 명장에 ‘가풍국’이라는 이름 석자를 남겼다. 이후 그의 손을 거친 아름다운 창호들이 세상을 여는 문이 되기 시작했다. 스승과 함께 경회루, 광화문, 서울역사의 창호 문을 복원했고, 개인적으로는 경교장, 홍난파 가옥, 천년 고찰 안심사 등의 창호 문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중구 항동에 있는 인천우체국(현 인천중동우체국)의 200짝 되는 오르내리창도 가 명장의 손을 거쳐 모두 복원됐다. 일본에서 다년간 일본식 전통창호 기술을 전수받은 전문가이기도 한 가풍국 명장은 지난 2017년 대전 옛 경무대 공관의 일본식 창호를 복원할 당시 국내 기술자가 없자 시공사측이 수소문 끝에 가 명장을 모셔다 겨우 복원을 완료했다고 한다. 1976년 이란 팔레비 국왕 별장 공사에 1년간 참여했으며, 이라크에서도 1년간 일본과 영국 출신 직원들을 관리하며 작업을 마무리했다. 또한 선진국 기술자들이 참여한 인도 왕국 복원사업에도 책임자로서 현장을 이끌기도 했다. 

전통 창호를 만들 때는 세부 무늬를 새기는 등,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가풍국 명장이 가장 애착하는 작품은 바로 ‘원목 나이테 상감문’이다. ‘원목 나이테 상감문’은 나무의 근본을 이해하며 나무와 교감해 온 가 명장이 꿈속에서 얻은 영감으로 나무의 나이테를 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어 탄생시킨 그야말로 ‘걸작(傑作)’이다. 가풍국 명장은 “꿈속에서 문양을 보고 10년 만에 완성했다. 손수 조각한 ‘매화꽃살문’도 있고 실제 문으로 사용하며 손때 묻히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성을 들인 작품”이라며 “지금까지 뚝심과 노력으로 전통을 오늘날까지 경쟁력 있게 이어 왔고 아름다운 전통 창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아울러 명장의 위치에 있지만 마지막 남은 소원은 유형문화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개성에 있는 관음사 법당문의 사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한 목단꽃살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살과 문양이 특징이다. 홍송의 빛깔과 결을 살려 사각의 테두리 안에 둥근 원, 반원과 연꽃을 새겨 넣어 울거미에 끼워 넣었고 하단에는 귀면을 새겨 넣었다.  

목공 일은 ‘돈이 안 된다’며 배우지 않으려는 요즘 세태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는 가풍국 명장은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 명장의 부친은 한학자로 지역에서 유명했으며 가 명장 역시 어린 시절 서당에서 논어 맹자 소학을 전부 외울 정도로 한학 실력이 탁월했다. 기우는 가세 탓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가 명장은 주경야독하며 53세에 검정고시로 중졸 자격을 얻었고 55세에 인천시 최고령으로 고졸 자격을 얻어 대학에 진학해 59세에 성화대학 건축과 학사학위를 취득,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웠다.

과거로부터 전해 오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고, 선조들의 숭고한 얼과 가르침을 전해 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또한 문화의 기초이자 정체성이며, 문화산업의 핵심 키워드다. 세계는 전통문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특화된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전통문화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한국적인 것의 아이덴티티와 원형을 콘텐츠로 정립시키기 위한 노력은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다. 

‘우리시대의 전통창호’라는 명제를 위해 다양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고, 문화적 변화를 함께 모색해 가고 있는 가풍국 명장. 전통문화의 보존 및 계승에 앞장서며 한국의 전통창호를 세계에 널리 널리 알리고자 열정을 바치고 있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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