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현대 미술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며 미술내의 장르별 구분이 와해되며 점점 미술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통과 참여를 전제로 하며 미술의 대중화 현상, 대중미술의 성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이며 예술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예술적 개념이 혼재하고 있는 오늘날의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는 것, 그것은 바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과도 통하는 일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많은 작가들이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특정 재료와 기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쇄한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입체작업으로 알려져 있는 평면입체예술가 박종태 작가가 자신만의 색과 빛을 만들어 내며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처럼 그만의 언어로 감성과 느낌, 그리고 유희를 펼쳐가고 있다. 3차원인 조각 연구를 통해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적인 입체를 가미해 ‘종이에 관한 생각’이란 주제로 발현되는 그의 작품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며 사무실에서 별 생각 없이 파쇄하는 문서들, 거기에서 나오는 버려지는 잘려진 종이조각들과 거기에 새겨진 작은 글자들의 재조합과 창작을 통해 완성된다. 박 작가는 “텍스트의 해체와 재창조를 위한 작품. 텍스트를 이용한 작품으로 책이나 문서, 도상을 의도적으로 파쇄한 후 파쇄된 종이를 조합하여 새롭게 재현한다.”고 말한다.

파쇄된 종이들을 먹과 수성물감, 수성접착제를 이용해 손수 패널 위에 일일이 쌓아올리는 작업과정은 무한히 반복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종이의 선과 면들은 평면의 회화에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입체성을 가진 잡지나 신문을 잘게 찢어 해체한 후 다시 그 조각을 판넬 위에 올려 물성만을 갖고 재구성한다든지,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잘게 조각낸 후 판넬 위에 다시 이어 붙여 변형된 슬리퍼의 형태를 만들어 보거나, 또는 유리병을 깨뜨린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 등 부수는 행위와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조형언어로서 탄생하는 작품은 색, 형태, 구성 등을 최소화하는 미니멀적인 의미를 지향한다.

박종태 작가가 바라보는 예술의 존재 의의, 즉 그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어찌 보면 매우 포괄적이며, 한편으론 사회현상에 대한 폭넓은 통찰력과 휴머니즘을 기조로 예술의 가치를 거시적면서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는 종이 파쇄 행위가 다분히 의도적이며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파괴가 아닌 변화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종이 본래의 ‘형’을 변형시켜 용도변경을 시도한 것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능동적인 창작행위’라는 것. 박 작가가 종이를 잘게 부수고 종이 위에 기록된 수많은 글씨를 인위적으로 해체하고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서 색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자기의 정화작용으로 이는 개별로 흩어져 있어도 결국 우리는 하나이며 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온전하며 지식이 부서져도 진리는 그대로라는 것을 전한다. 박종태 작가는 “작은 종이조각 위의 형태와 글씨는 제각기 작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작품은 이 메시지들을 엮어 통일된 메시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수많이 흩어져있는 문자는 끊임없이 확산과 응집을 거듭하며 자기운동을 통한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 변화무쌍한 생명을 만들게 된다. 즉 확산과 응집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술평론가인 장미진 선생은 “박종태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의 문화체계와 지식 정보사회의 허상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정신적 대안을 모색하는 선적 수행 및 명상의 태도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전통매체인 먹을 주로 사용하여 우주의 현색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아우르고 있어 주목된다. 동‧서양 예술사유의 조화로 빚어낸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감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평한 바 있다.

작위적이고 합목적인 의도보다는 작업 중 발현되는 감흥과 영감의 내습을 중시하며 즉흥적인 구도와 색감, 대상의 배치를 즐기는 박종태 작가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차가움을 감싸 안은 따뜻한 은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그는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의 동양작가 중 유일하게 3회의 초청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는 스위스 내 2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명성 있는 아트페어로, 특히‘쿤스트 19 취리히’에서 박 작가는 스위스의 미술잡지사 INEWS 의 대표인 ANTONIO CAMPANILE 의 극찬을 받으며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파괴로부터의 창조, ‘심연(深淵)에서 유(遊)’라는 테마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의 동양작가 중 유일하게 3회 초청 경력이 있는 박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도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2주 전시 일정을 승인받은 첫 아티스트로 남게 됐다. 깊은 연못을 헤엄치는’ 그의 테마는 텍스트의 해체에서 시작된 미시적인 추상이자 유기세포의 구성을 넘어 창의적인 증식을 시작한다. 그가 표현한 블루는 색의 의미도 있지만 더 이상 심연 속에서 우울하지도, 창백하지도 않게 빛나는 푸른 점의 상징이기도 한다. 그가 활자 파편에서 찾아 키워 낸 점들은 문명의 상징이 파쇄 후 응집되며 ‘책의 화석’을 이루는 관성적 행위로부터 탄생한 숱한 메시지들의 위대한 연속성을 상징하며 구도자의 자세로 끝없이 만들어 낸 자기 관조의 결정체라 볼 수 있다. 우주 내의 지구, 그 안의 인간군상들은 점처럼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그들은 각자의 삶을 토대로 한 가지 오브제도 각기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박종태 작가가 ‘심연에서 유’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틀의 확장을 넘어 깨부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전달했다.

자신만의 감정과 의식에 집중한 감각적인 작품을 창조하고 있는 박종태 작가는 “앞으로도 조각과 평면입체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감과 동시에 설치와 작품에 대한 영상작업도 병행하고 싶다.”며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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