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대한민국

7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31일밤 많은 사람들이 일본 도쿄로부터 수신되는 올림픽 경기 중계에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 야구, 배구 종목에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의 경우는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었고, 월드컵 축구에도 10회 연속 본선에 출전한 업적이 있어 우리에게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그리고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쿠바, 일본 등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되었다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개최지 지정 종목으로 복귀한 사연이 있다.

이같은 배경을 지니고 있는 축구와 야구가 이날 밤 경기를 가진 것이다.

우리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첫 경기를 뉴질랜드에게 0:1로 아쉽게 패했지만, 이후 유럽의 루마니아를 4:0으로, 그리고 남미의 온두라스를 6:0으로 크게 이기며 8강에 오른 터라 상대인 멕시코를 이겨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결과는 3:6으로 참패하고 말았다.

야구의 경우에는 이날 우리 상대는 미국이었다. 올림픽 경기의 특성상 미국 대표팀은 메이저리그(MLB) 40인 로스터에 드는 선수는 출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데,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미국은 예선리그에서 우리에 패배했고, 최종적으로 동메달을 획득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미국에게 2:4로 패하고 말았다. 다만, 6개국이 참가하여 결전을 펼치고 있는 야구 종목은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복잡한 대진 방식을 채택한 관계로 아직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구의 경우에는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라바리니(42세)에게 2019년부터 감독직을 맡겨 비교적 오랜기간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21일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막을 내린 국제배구연맹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우리나라는 3승 12패로 참가국 16개국 중에서 15위를 차지하였었다. 올림픽 개최 1개월을 앞두고 나온 성적이어서 도쿄올림픽에서의 성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은 세계랭킹 14위로 7월 25일 세계3위인 브라질에 졌지만, 27일 24위인 케냐를 이기고 29일엔 세계 6위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승리한데 이어 31일밤 세계5위인 일본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했지만, 우리 대표팀은 ‘가위 바위 보에서 조차 일본에 져서는 안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트 스코어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렇듯 승리와 패배의 교차 속에서 도쿄올림픽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로 처음 참가한 1948년 런던 대회로부터 첫 금메달이 나온 1978년 몬트리올 대회까지 3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은 1956년 제16회 멜버른 대회에서 나왔어야 했다. 당시 복싱 밴텀급에 출전한 송순천 선수는 결승에서 독일의 볼프강 베렌트와 대결하였다. 올림픽이 열렸던 1956년부터 1964년까지 분리되어 있던 동독과 서독은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었다. 결승전 3라운드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친 송순천에 대해 관중들은 “코리아, 코리아”를 외쳤지만 판정은 베렌트의 승리로 결론났다. 당시 유럽세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복싱경기 심판진은 올림픽 때마다 편파적인 판정을 일으켰는데, 우리의 송순천 선수도 억울한 희생자라 하겠다. 그렇게 송순천은 한국 최초의 은메달 리스트가 되었고, 송순천 선수는 2019년 10월 15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필자는 우리 선수들의 도쿄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낀다.

엊그제 밤 여자배구 경기는 마지막 5세트 14:1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2점을 따라 붙으며 듀스를 만든 후 역전승을 하였다. 배드민턴 여자부 복식 경기에 나섰던 김소영-공민희 조는 8강전에서 일본 선수조와 맞붙었다. 세트 스코어 1:1 상황에서 마지막 세트 18:20으로 몰렸지만 듀스를 만든 후 28:26으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운동 경기에서 승리는 최고의 가치라 하겠다.

그러나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다만, 경기에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운동정신이라 하겠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1년이나 늦게 열린 도쿄 올림픽이기는 하지만, 그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폭염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시원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자.

여자 배드민턴 8강전에서 일본 선수를 이기고 울어버린 우리 선수들
여자 배드민턴 8강전에서 일본 선수를 이기고 울어버린 우리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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