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김승현 기자]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장수와 부귀를 축원하는 그림이다. 중국의 신선사상에서 유래 되어 해 ·산 ·물 ·바위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영지) ·거북 ·학 ·사슴은 모두 자연숭배 대상이었으며 고구려 벽화에도 부분적으로 나타나 있다. 불로장생의 비술을 터득한 신선에 대한 열망으로 인하여 동식물 및 자연에서 장생과 관련된다고 생각되는 열 가지의 사물을 골라 그 표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대홍 김재환 화백
대홍 김재환 화백

십장생도를 자신만이 색깔에 맞춰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일반의 수준을 넘어 최고 예술창작품으로서 과거와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대홍 김재환 화백이다. 단순 한 그림이 아닌 영(靈)의 기운을 넣어 천년만년 세월이 흘러도 보호하는 보호령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부자들 사이에선 애장품으로 꼽히고 있다. 김재환 화백은 “내 인생 업장대로 살며 그림밖에 몰라 열정으로 창작하며 희망을 유지하니, 육체의 즐거움은 바라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원한 삶에서 기도 수행하며 삼매에 들었을 때, 살아있는 그림이 그려졌을 때, 그 어떤 욕망의 충족보다 더 많은 희열과 기쁨을 느낍니다. 그 희열을 느끼는 작품이 십장생도인데, 이에 몰두하며 봄, 여름이 어떻게 왔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고 표현하지 않은 것을 몇 세기가 지난 오늘날 자신만의 기법으로 십장생도를 이어가고 있는 김재환 화백은 반추상에 세밀한 필법과 색채로 경탄을 자아내게 하며 아름다운 서체 마무리까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완벽한 작품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바다와 접하며 그림 그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대홍 김재환 화백은 어느 날 새벽 바다에 나가 해무가 긴 바다와 해금강을 보고 신비로운 해무에 끌려 이를 그림으로 옮겼다. 손재주가 좋아 그림에서 서예까지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대홍 화백은 16세 무렵, 신문의 해외 토픽란에 세계에서 제일 비싸게 팔린 그림 기사를 보고 최고의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81년 2월 마산 진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치를 때 경남의 유명작가들이 많이 격려해 줬고, 군대를 다녀오고 마산 무학산을 이른 새벽마다 오르면서 계절에 의한 자연의 변화를 체험해가며 실경산수를 그리면서 거제 해금강도 수없이 그렸다. 87년 2월, 서울로 올라온 그는 정릉의 한 사찰에 하숙하며 매일 아침 북한산을 오르며 주변의 산세와 봉우리를 감싸는 안개를 보며 관념과 실경을 겸한 전통산수와 실경산수 등을 닥치는 대로 그렸다. 그때 경험을 계기로 대홍 화백은 산수화는 전통필법을 고수하면 현대화된 실경산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변화된 예술을 창작해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순지에 수묵 분채 아교
순지에 수묵 분채 아교

김재환 화백은 “초기 작품은 관념 산수화나 전통 산수화, 화조화(花鳥畵) 등을 그렸습니다. 동양화는 선으로 표현하는 그림이므로 산수화를 그릴 때는 반드시 필법을 적용시킵니다. 대부벽법, 소부벽법, 피마준법 등 이런 기준으로 그리다 개인전 이후부터 실경산수 위주로 연구했지요. 그러다 1989년 어느 화상이 십장생을 그려보라 권유해 이를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김재환 화백은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십장생 그림이 어떤 장르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그림 중에 백미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들이 말한 무병장수 부귀영화의 그림이 바로 십장생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림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십장생도를 보면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대홍 화백은 십장생도를 그릴 때마다 혼(魂)과 영(靈)이 존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작품마다에 모든 기(氣)를 쏟아붓는다. 한가지 사례를 들려줬다. 대홍 화백의 그림을 한 지인이 구매해 큰 식당에 걸어 둔 적이 있는데, 17년 전 어느 날 그 식당에 불이 나 모든 집기가 다 타고 액자 유리까지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만은 말짱하더라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 또 다른 영적 존재의 도움 없이는 이런 기이한 현상은 안 일어날 것으로 추론된다. 대홍 화백은 이미 오래전에 생각해 두었던 일필일혼(一 筆一魂)의 이념과 사상, 철학을 현실로 옮기고 있었는데 그의 그림 세계는 이런 것이 밑바탕 되어 있는 셈이다. 김재환 화백은 “15년 전부터 우리나라 자연풍경에 어느 정도 맞추려고 하니 그림의 맥이나 힘, 기운이 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전통과 중국의 계림이나 장가계, 황산 등의 기암절벽을 어느 정도 구도에 맞게 넣어주며, 또한 그림 안에 여러 물상을 더해 그리니 그림 보는 재미와 형이하학(形而下學), 즉 학문과 예술의 범위를 아우러지게 하며, 현실과 이상을 초월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일필의 선으로 바위 전체를 표현하다 보면 선 하나 긋는데도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199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작 운(韻)과 9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으로 특선한 운율(韻律) 작품 100호 2점을 98년에 도난당하는 불운을 겪었던 김재환 화백은 2000년 대구에서 처음 초대개인전으로 해금강과 설악산 무궁화꽃 등을 출품했는데, 한국화로 사실적인 현대화를 본 관람객들이 감탄하고, 대만 전시 때도 마찬가지로 한국화로 새로운 경지의 필법을 세운 작가로 찬사를 받았다. 코로나19로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현재는 러시아에서 전시를 계획 진행 중이다.

김재환 화백은 “그림을 그릴 때도 나만의 세계를 붓으로, 색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입니다. 그림을 구상할 때도 사람을 세우기 위한 마음이 중심이 되어 소재를 택하고 작품을 통해서 메마름과 딱딱한 현대인들에게 직접적인 삶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예술작품을 통한 교감합니다. 나의 꿈은 해탈에 있습니다. 이런 해탈의 꿈을 작품에 반영코자 노력하고 있으며 참선수행을 통해 풍수와 오행을 넣어 작품을 보는 사람이나 소장하는 사람들에게 안녕과 부귀를 비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십장생도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서 반추상 상징성에 관념과 철학, 기교와 데생력, 색채의 묘미, 풍수적 오행 등을 갖춘 종합예술과 다름없습니다. 영의 기운을 넣어 천년만년 세월이 흘러도 보호해 주는 보호령이 함께 유지되어 오는 그림이 바로 십장생도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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