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계 박종순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과학 기술 발달과 산업화와 함께 고도화된 오염원의 증가로 생태계의 파괴, 환경호르몬 배출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은 지구환경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쳐 웰빙, 로하스 등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친환경 상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도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연 친화 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천연염색은 그 자체에서 항균성, 소취성, 항 알러지성, 항암성 등의 기능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감성적 특성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박종순 작가
박종순 작가

남계 박종순 작가가 서양문명의 유입과 더불어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우리 전통 천연염색의 계승과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어린 시절 연두색, 옥색, 미색, 연한 노랑색 등 곱게 염색된 할머니가 만드신 수의를 보며 감성적 영감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박종순 작가는 본디 가슴을 울리는 소리꾼이다.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정가를 전공하고 이화여대 국악과를 졸업한 1세대 국악 정가 소리꾼으로 한국 사람이면 한국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성악보다 국악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재학시절 가장 뛰어난 학생 중 하나였다. 석암제 시조창 전 종류의 22곡과 평시조 전곡을 음반으로 냈고 대중적 보급을 위해 저작권까지 마다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의 소리를 찾는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후 수천 장의 섬유를 염색하고 얻은 경험으로 새로운 장르(염색화)에 도전, 천연염색화작가로 변신하며 소리와 색의 콜라보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적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박종순 작가는 정가의 소리와 쪽빛 염색의 조화를 통해 평온 사상을 추구하며 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여 가고 있다. 쪽 염색은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쪽을 이용하는 천연염색으로 그 염색법은 생잎의 즙액에 직접 염색하는 생잎 염색, 쪽을 물에 담갔다가 우러난 물에 알칼리성 수용액을 넣어 염료를 만든 뒤에 염색하는 발효염색이다. 천연소재가 지닌 고유의 색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박종순 작가는 자연에서 채취한 기본 원료들을 직접 추출, 피부에 닿는 부분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천연염색의 남녀 속옷, 브래지어, 양말 등 다양한 제품의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 작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연염색을 하려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물을 들일 수 있는 작물을 재배, 수확하여 염료로 만들고 직물이나 종이에 물을 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해를 넘기는 수고스러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염색과정이 복잡하고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쪽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전통적인 쪽 염색이 사라져 가고 있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쪽 염색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선물하고 있다. “쪽 염색은 쪽빛이 주는 특유의 빛이 있다. 그 빛은 눈과 마음을 정화 시키고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쪽이 공기와 만나서 만들어 가는 색의 변화는 정신을 집중시키고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준다.”는 그녀는 “소리를 통해 단련된 노랫조 호흡으로 느리게 빠르게 염색하는 하는 것이 ‘소리명상 염색기법이다. 정가에는 명상과 기공의 장점이 다 들어있다. 쪽이 자라고 이를 쪽물로 내리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행위 명상과도 같다.”라고 전했다.

도공이 흙으로 오묘한 도자기를 빚어내듯, 문인이 밤 새워 쓴 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듯, 생각할 수도 없는 천연 재료로 빚어내는 색상의 조화, 그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색의 탄생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가라는 노래를 통해 삶의 숨이자 호흡을 얻었고 쪽 염색을 통해서 휴식과 안식, 그리고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는 남계 박종순 작가. 초지일관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아름다운 천연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그녀의 바람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사회 전역에 퍼져가길 기대해 본다.

현재 경파 도상구 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 작가는 오는 3월 14일 (토)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풍류관에서 열리는 경파 도상구 정가제전 제2회 한국의 노래 경창대회를 통해 참여자 전원에게 한복 위에 쪽빛 조끼를 입혀 쪽빛의 단아함과 정가의 고고함을 접목시킨 정신적인 파라다이스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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