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www.fica.kr, 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노년층 무심사, 무진단보험상품에 대해 “가입자들은 보험사별 비교나 자신에게 적합한지 여부를 제대로 체크해 보고 가입해야한다”고 밝혔다.

‘무심사·무진단보험’이란 보험 가입 시 보험사의 심사나 건강진단 없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고, ‘간편심사보험’이란 보험 가입 시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간단한 건강 심사만 거치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말한다.

‘무심사·무진단보험’은 나이가 많거나 질병 등으로 보험가입이 불가능한 노년층에게 보장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된 보험인데,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이 TV 홈쇼핑 광고 또는 TM(전화판매)을 통해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가입하면 자칫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심사·무진단보험’은 우선,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보험사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진단을 받지 않고 가입하므로 보험료 계산시 적용하는 손해율이 일반보험에 비해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보험료도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무심사보험은 일반보험에 비해 통상 2~4배 보험료가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장내용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 즉, 일반보험은 보험 가입 후 입원비, 수술비, 진단자금, 사망보험금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무심사·무진단보험은 사망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죽어야만 보험금을 받는다고 해서 일명 ‘장례비보험’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노년층 소비자들은 보험사 홈쇼핑 광고처럼 ‘병력이나 나이 때문에 보험가입이 어려운 사람도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보험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최근엔 ‘간편심사’ 보험도 등장했다. 보험가입 시 간단한 건강심사만 거치면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 5~10년 주기의 갱신형 상품이며, 향후 연령 증가 및 손해율 악화 등으로 갱신 때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러한 상품들도 일반보험에 비해서 보험료가 비싸거나 보장내용이 부실한 편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60대 이상 노년층으로 눈을 돌려 이들을 겨냥한 신상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고, 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이 홈쇼핑 광고 등을 통해 노년층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홈쇼핑 보험광고가 늘수록 노년층의 가입 욕구도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홈쇼핑 보험 판매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완전 판매 비율이 다른 판매채널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데 있다.

‘불완전판매’란 보험가입 시 소비자 에게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꿔 말하면 상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모집 채널 중 불완전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홈쇼핑(0.87%)과 TM(0.84%)이다. 이는 설계사 (0.19%), 개인대리점 (0.16%), 방카슈랑스(은행창구의 보험판매, 0.35%)등에 비해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비중 이고, 생명보험사도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채널은 홈쇼핑(1.73%)과 TM (1.63%)이다. 설계사(0.85%)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무심사·무진단 보험은 본래 기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고객들을 위한 제한적인 상품이므로, 가입절차가 간편하다는 이유만을 크게 내세워 고객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소비자들도 이러한 보험사 광고만 보고 섣불리 가입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어느 정도 건강한 소비자라면 굳이 무심사·무진단보험에 가입하기 보다는 보험료가 저렴하고 무료로 건강 진단 받을 수 있는 일반보험이 오히려 유리하므로 노년층 보험 가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보험을 통해 미래에 대한 위험을 대비하고 싶어 한다. 특히 노년층들은 고혈압, 당뇨, 치매 등 발병율이 높아지면서 보험 가입 욕구는 증가하게 되고, 특히 질병 치료비를 포함한 노후의료비 보장 욕구가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정작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다.

노년층은 정상인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리므로 노년층 보험 판매 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TV 홈쇼핑 광고를 보면 장점만 크게 부각하고, 주의 사항은 쇼핑호스트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말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정상인도 분간 하기 어렵다. 이걸 소비자들에게 알아 들으라고 하는 광고인지 듣지 말라고 하는 광고인지 알 수 없다. TM의 경우도 전화로 일단 설명을 듣기는 하지만 이해를 잘 못할 수 있고, 이메일을 통해 계약이 진행되다 보니 사실상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므로 불완전 판매의 소지가 많다.

보험사들이 노년층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할 때는 상품 판매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년층 소비자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서 판매해야 한다. 소비자는 뒷전이고 감독당국에서 정한 광고규정만 준수하면 된다는 생각에 시간에 쫓기며 마지못해 하는 광고는 이제 고쳐져야 한다. 감독당국도 수수방관 하지 말고 이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고치도록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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