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한학자 벽암 허한주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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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한학자 벽암 허한주 선생
  • 박주환기자
  • 승인 2019.10.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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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서예는 역사가 유구한 동양의 전통예술이다. ‘일필휘지’와 ‘기운생동’으로 요약되는 서예는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빠르고 능숙한 붓놀림이 필요하며 기본적으로 가필과 재필, 덧칠이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에 강한 집중력과 야무진 손놀림이 필수적이다. 점과 선·획의 태세·장단, 필압의 강약·경중, 운필의 지속과 먹의 농담, 문자 상호 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되어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지는 서예는 독특한 풍격과 무한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생활환경을 미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품을 도야하는 양성의 기능이 뛰어나다. 때문에 서예는 ‘문화의 꽃’으로 우리 인간의 삶과 함께 가꾸어 오면서 언제나 인간 옆에 그리고 세계 안에 존재해 왔다.

허한주 선생
허한주 선생

평생을 전통 서도에 매진해 오며 병풍서를 통해 한국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는 한 서예가가 이목을 끌고 있다. 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한학자인 벽암 허한주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 선생은 1931년 김해 외동 출신이다. 조부는 당시 김해에서 대단한 유학자였고, 부친도 상당한 유학자였던다고 한다. 6세 무렵 조부로부터 한문을 배우기 시작한 선생은 얼마 후 인근 외동서당에서 훈장선생님으로부터 천자문을 본격적으로 익혔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천자문 가운데 500자 정도는 제대로 익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초·중·고·대학 시절과 김해군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1960년대 후반까지는 한문과 담을 쌓고 지냈다. 이후 교육 공무원으로 전직하고부터 어릴 때 배웠던 한문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교육행정직으로 학교에 근무하면서 퇴근시간 지나고 꼭 한 시간씩 서예와 한문 공부를 독학으로 했다. 선생이 서예와 한학에 눈을 뜬 시기는 정년퇴직 이후라고 한다. 경북 경주 출신이면서 김해에서 서실을 운영하며 후학을 가르치던 와암(臥岩) 이한우 선생으로부터 서예와 한학을 사사했다. 시.서.화에 모두 능한 스승 덕분에 선생의 실력도 이때부터 시서화 모두 일취월장했다. 그 결과 1997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열린 국제서예대전인 운룡전에서 ‘왕희지의 난정서’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가야사 연구의 귀한 문헌인 ‘가락국기(駕洛國記)’ 필사본을 김해시에 기증했다. 경상남도 김해시 시승격 38주년 김해시민의 날 행사에서 제23회 김해시 문화상을 수상한 허한주 선생은 행사 후 허성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작품을 기증하며 “물실호기(勿失好機, 결코 잃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가야사 복원에 미약하나마 붓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가로 37cm, 세로 135cm 크기 화선지에 장당 240~250여자가 빼곡하게 적힌 이 작품은 전체 16장 분량에 총 글자 수만 3,991자에 이를 정도의 대작으로 작품 완성까지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완성했다. 평소 구양순체를 골조로 한 역동적이고 선 굵은 필치가 특징인 허한수 선생 특유의 서체가 오롯이 녹아 있어 서예의 맛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벽암 허한주 선생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남원로작가회 김해지회장, 김해원로작가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협과 김해미협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창작미술대전 입선 7회 전국서화예술대전 입선 4회, 특선 1회, 초대작가상 1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4회, 초대작가상 1회 한국서화예술대전 입선 1회, 특선 2회 한국미술제 작품공모전 특선 1회, 한국미술문화협회 서예 특선 1회, 명필 한석봉 서도문화예술대전 특선 2회, 대한민국·성균관 유림서예대전 입선 5회, 특선 1회 대한민국서예대전·대한민국미술대상전 초대작가상 5회 등 다수의 수상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현대미술창작전 은상(1996) 일본 대분현 운용전 대상(오이타현·국제예술제, 1997) 설송문화상(2002), 추사상(2003), 율곡상(2007) 경남예총 공로상(2005) 김해시 문화상(2019) 등을 수상했다. 지난 4월에는 매년 개최되는 가야문화제의 한시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했으며, 가훈써주기 봉사 역시 10여년 동안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충남 예산에 있는 한국서예비림협회의 비림박물관 서화관에도 선생의 작품이 새겨져 있다. 오는 10월 22일에는 경상남도 문화예술상 수상도 앞두고 있다.

한편 자신의 호를 내건 벽암서당을 개설하여 후진양성을 통한 지역 문화예술저변 확대에 평생을 바쳐온 허한주 선생은 지난 2017년엔 부인의 유지에 따라 (재)김해시인재육성장학재단에 장학기금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장학기금 1억원을 기탁한 것은 2017년 11월 사별한 아내의 유지와 4남 1녀 자녀들의 효심으로 인한 것. 거기에 아내가 자신 몰래 예금해놓은 3000만 원짜리 예금통장을 보게 됐고 두 돈을 합쳐 ‘평소 배움이 짧은 것을 아쉬워했던’ 아내를 떠올리며 좋은 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허한주 선생은 두 돈을 합친 1억400만원으로 우선 김해인재육성장학재단에 아내와 공동 명의로 1억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100만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100만원은 노인복지회관의 무료급식비에, 100만원은 김해지역 신문이 운영하는 ‘천원밥집’에 기부했다. 선생은 남은 100만원은 아내 장례식 때 찾아준 친구들에게 밥을 샀다고 말했다. 선생은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인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아내도 아주 기뻐할 것”이라며 말했다.

허한주 선생은 빠르게, 때로는 느린 속도의 강한 획으로 율동미를 자아내며 묵의 농담과 태점으로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장구한 세월을 붓과 함께 해온 탄탄한 내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서체가 억지로 끌어낸 것이 아니라 역량이 쌓이고 쌓여 저절로 넘쳐나는 기운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정진과 도전으로 일구어내는 희열과 감동이야말로 서예가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라는 허한주 선생. 그의 한계 없는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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