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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박사 칼럼] 세상사는 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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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박사 칼럼] 세상사는 이야기-15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4.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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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는 시인 이형기(1933~2005)의 ‘낙화(洛花)’의 첫 부분이다.

필자가 이 시를 다시금 떠올린 것은 바로 엊그제 3월 29일 '고가건물 매입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사퇴를 선언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작년 7월 25억원 상당의 재개발 상가 건물을 구입해 투기 의혹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필자는 김 대변인의 사퇴에 대하여 시비를 가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그의 사퇴 관련 입장문을 보면서 느낀 실망감을 외면하기 싫어서 이 글을 쓴다.

먼저 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에는 사과부터 하여야 한다. 청와대는 우리나라 행정부의 심장부다. 그리고 그는 대변인으로서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의 시작과 경과 및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좋지 않은 일로 물러날 때에는 자신의 입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인사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사퇴 입장문 어디에서도 국민에 대한 사과 표현은 찾을 수가 없다. 몰론 그의 사퇴 입장문이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어야 한다. 

둘째 부동산 매입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 더 문제이다. 그는 해당 부동산의 구입은 자신이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부인이 상의없이’ 결정하였고 자신은 그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부인이 김 대변인 모르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도 있다. 설령 그렇게 부동산을 구입했다손 치더라도 청와대에서 국민을 상대하던 공직자가 마지막 떠나는 자리에서 자신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다. 사람이 자신이 역할을 하던 자리에서 물러날 때에는 스스로의 처신으로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부분도 품을 줄 알아야 진정한 공직자라 할 수 있다.

셋째 스스로에게 붙인 ‘까칠한 대변인’이란 호칭이 거슬린다. 그런 호칭은 김 대변인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상대하는 다른 사람들이 붙여주어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껏 김 대변인 관련 언론보도에서 그를 ‘까칠한 대변인’으로 묘사한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사퇴하는 자리에서 스스로가 ‘까칠한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다. 진실로 까칠한 대변인이었다면 그가 떠난 뒤에 나오는 기자들의 목소리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고가건물 매입 논란’으로 갑작스럽게 청와대를 떠나게 된 김의겸 대변인을 보면서 가야할 때를 알지 못했기에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를 떠나게 만든 부동산 매입의 속사정은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최고의 기관인 청와대에서 국민을 상대로 대변인 역할을 했던 공직자가 남겨주는 마지막 사퇴 입장문에는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청와대에서 물러날 정도로 심각했던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본인 모르게 매입을 결정한 부인 탓으로 설명한 그의 마지막 입장문은 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형기 시인의 ‘낙화’에서 마지막 부분인 “나의 사랑, 나의 결별, /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이라는 표현처럼 청와대를 떠나는 대변인이 보다 더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낙화-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출처 네이버)
낙화-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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