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철 박사칼럼] 세상사는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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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박사칼럼] 세상사는 이야기-4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1.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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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형(度量衡)의 통일의 중요성

지난 1999년 9월 23일 화성 기후 탐사를 위해 1998년 12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케내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던 화성 기후궤도선이 화성 착륙과정에서 폭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탐사선 폭발 원인에 대한 조시결과는 뜻밖에도 미터법 적용의 오류였다.
문제의 탐사선을 제작한 록히드 마틴에서는 궤도선의 화성 궤도 진입을 위해 필요한 로켓 분사의 총 운동량 변화를 파운드 및 마일 단위로 계산하여 나사(NASA)에 전달하였고, 탐사선을 운용하는 나사(NASA)에서는 해당 수치를 킬로그램 및 킬로미터 단위로 자동 계산되는 프로그램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엔진이 당초 목표로 잡은 140~150km 고도가 아닌 57km 지점에서 2배 이상의 로켓 분사가 이루어지면서 공기저항과 마찰로 인해 폭발하게 되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길이, 무게, 부피 단위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량의 개념은 문화의 척도(尺度)라고 한다. 즉, 도량형(度量衡)은 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발전되어 왔다. 도량형이라 함은 도(度)는 길이 또는 길이를 측정하기 위한 자, 량(量)은 부피 및 분량을 측정하는 되, 형(衡)은 무게 및 저울을 말한다.
인류가 식생활을 위하여 곡물을 생산하여 비축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물교환을 시작할 때부터 수량의 개념과 더불어 간단한 도량형의 형태가 생겨나게 되었다. 최초의 도량형은 대부분 사람의 몸의 일부분을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길이로서는 손가락의 길이나 손바닥의 길이로 한 뼘·두 뼘 등, 부피로서는 양 손바닥으로 가득히 담을 수 있는 양으로서의 한 줌·두 줌 등으로 시작되었다.
그후 인류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조세·공납(貢納) 또는 건축·토목공사에 소요되는 곡식 등의 공출이나 물자의 조달 등의 필요에 따라 도량형 제도는 집단생활인 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제일 먼저 생겨난 경제의 기초제도로서 법률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BC 5000∼BC 4000년의 이집트 고대 벽화에 의하면 당시 천문역수(天文曆數)를 비롯하여 토목 건축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에 필수 불가결한 도량형 제도는 벽화에서 보듯이 매우 발달된 형태를 이미 갖추었던 것으로 보인다.이와 같은 도량형 제도는 각 나라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되었으나 그 중에서도 중국을 원류로 하는 척관법(尺貫法) 제도, 중동에서 원류되어 그 동안 서유럽으로 확대되어 오늘날까지 영국이나 미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야드-파운드법, 그후 1840년경에 프랑스의 과학자들에 의하여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미터법은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도량형 제도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는 중국의 도량형과 관련하여 진나라 시황제에 의한 도량형 통일이라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 기원전 246~210년간 황제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진시황은 넓디 넓은 중국 땅을 돌아다니면서 당시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던 마차의 운용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살고 있는 지역별로 다른 크기의 마차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불편할 뿐 만 아니라 자신의 통치에도 어려운 요인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우선적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마차가 불편없이 다닐 수 있도록 마차 바퀴 사이의 폭을 통일시키고 그에 맞추어 도로 폭을 정비시켰다. 이러한 도량형의 통일은 일상생활의 편리함 만이 아니라 농업 생산성을 높여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도량형의 통일의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확립된 미터법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중국의 척관법과 중동의 파운드-야드법이 자신들의 지역에서 사용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사회가 점차 발달함에 따라 나라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지자 서로 물건을 바꾸어 쓸 일이 많아지면서 서로 다른 도량형의 기준에 대해 사람들은 단위를 서로 통일해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일은 미터법을 만든 것이었다. 미터법은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 당시 프랑스는 귀족과 평민의 생활상의 차이가 심했다. 왕 또한 백성들의 생활은 돌아보지 않은 채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져 있었다. 이에 프랑스 시민들은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얻기 위해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켰다. 이때 혁명 정부는 무엇보다도 길이, 무게, 부피 등을 재는 도량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였다.당시의 정치가였던 탈레랑은 새로운 단위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미래에도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을 기초로 해서 만들자'라고 주장하였다.이에 1791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지구 자오선 길이의 4,000만분의 1'을 1m로 하자고 정하였다. 이를 기념하여 만든 메달에는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라고 새겨져 있다.미터법이 쉽고 우수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1875년에는 17개국이 모여서 국제적인 미터 협약을 체결하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미터법이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후 지구 자오선의 길이를 다시 잰 결과 처음에 잰 길이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게다가 지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1m를 정의할 수 있을까 연구를 거듭한 끝에, 1m를 '빛이 진공 상태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근대 문명사회에 있어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도량형 제도를 운영하여 서로 다른 길이나 부피 및 무게 등을 일일이 익히고 환산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인 교역이 발달된 상태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번잡하였다. 이에 1875년 세계 각국의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서 전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일된 도량형 제도를 채택하게 된 것이 미터법이며, 이를 위하여 체결된 것이 국제미터협약이다. 그 후 세계 각국은 미터법 통일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법으로 이의 추진을 서둘러서 오늘에 와서는 미국, 라이베리아, 미얀마 등 3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미국은 미터법을 공식적으로 수용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1999년 발생했던 화성 기후 궤도선 폭발 사건을 계기로 2007년부터 NASA는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수치들을 미터법을 기준으로 표기하고 사용하기로 바꾸었다. 다만,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에 완전히 진입하여 비행기처럼 기동하고 지상 관제탑과 교신할 때 등의 상황에서는 국제 항공 교신 표준에 맞추어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전세계가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고려할 때,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아 발생할 수 문제들은 도처에 산재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처럼 도량형에서도 미국 만의 야드-파운드법을 고집한다면 제2, 제3의 화성 기후 궤도선 사고가 되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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