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옥란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김승현 기자] 얼마 전 광주에서는 음악과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라는 주제로 열린 기옥란 작가의 초대전이 막을 내렸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김광복단장(피리), 정홍수(대금), 국근섭(감성무),백영경(플루트), 김도영(첼로), 기세관(베이스), 고재경(소프라노) 등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석해 멋진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 춤이 미술 작품과 어우러져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가을밤을 더욱 환하게 빛냈다.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중견작가 기옥란은 정착과 유목의 삶을 반복해온 오랜 유목의 삶에 주목하고 ‘트랜스휴먼(trans human)’과 ‘네오노마드(neo nomad 신유목민)’이라는 주제로 예술 사조와 기법, 재료의 정형에서 벗어나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며 자유로운 미적 실험을 거듭하면서 디지털시대의 다양한 상징과 기호적 커뮤니케이션 오브제를 결합한 작품을 발표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트랜스휴먼은 인공지능이나 기계 장치를 빌어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정신적, 신체적 초월적인 능력을 갖는 새로운 인간으로 억압된 삶의 경계를 넘어 초월을 꿈꾼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개념에서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의 단면을 잘 포착해 동시대인들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 것이다. 기 작가는 자신의 최근 작품에 대해 “오브제의 다양성과 기하학적 조형성에 의한 내면의 피라미드이며 정형의 이탈이고 환원을 표현하며 절제된 구성으로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재해석하거나 비대칭적인 표현, 상징적 기호를 통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등 다양한 재료와 미술 사조를 넘나드는 자유로움 속에서 구성되어있다.”고 말하고 “고구마 뿌리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현실과 가상, 정신과 물질, 남성과 여성, 인간과 물질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바탕으로, 그리고 인간성 회복과 평화, 신인류에 대한 신념으로 유위(有爲)에서 무위(無爲)로, 도시에서 자연으로, 인간에서 자연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 사유의 축을 옮겨야 하고 존재세계와 인간이 화해하는 세상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참으로 아름답고 시적이며 바람직한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으로 지능정보기술사회, 생명공학, 유전공학, 테크노피아 시대에 새로운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인간유형의 트랜스휴먼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이슈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회에 대비할 줄 알면서 국가와 민족과 지역주의를 넘어 선 사람, 만남과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뿌리는 내 마을에 두되 눈은 세계와 우주를 지향하면서 물처럼 흐르면서 멈추고 또 멈추면서 흐르는 사람이다. 기옥란 작가는 21세기 새로운 인류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4D(DNA(염색체), Digital(디지털),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와 3F(Feeling(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작품의 큰 줄기로 하여 철학적 사유의 기본 바탕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깨달음, 시대정신, 감성을 잃지 않고 작업을 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기 작가의 길은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시에 문명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지닌 새로운 인간형이다.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인 국민대 윤재은 교수는 기옥란 작가의 작품에 대하여 “그녀의 작품에 나타난 기하학적 형태들은 탈 구조적이면서도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적 상대성을 하나의 작품세계로 구축한 그녀의 표현들은 예술의 깊이가 천개의 고원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트랜스휴먼-원형에 대한 사유
트랜스휴먼-원형에 대한 사유

기옥란 작가는 “욕망과 소유와 결핍과 질투의 시선으로 자유를 누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호와 이미지를 사냥하고 소비하며 유랑과 정착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디지털의 비트를 통하여 끊임없이 교감하고, 직관적 판단으로 정보를 소통하며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테크노피아속의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도 때로는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기옥란 작가가 이러한 작품 창작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리좀(rhizome)’으로 대표되는 관계 다발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에 의해 발표된 철학 개념인 리좀은 이분법적 대립에 의해 발전하는 서열적이고 초월적인 구조와 대비되는, 내재적이면서도 배척적이지 않은 관계의 모델로서 사용되었다.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기옥란 작가의 작품에는 컴퓨터 부품이나 전자부품들 뿐만 아니라 첼로,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악기의 부품도 자주 등장한다. 악기의 소품들과 재료들로 구현된 반복된 선들은 음악적 율동미와 함께 관계 속에서의 조화, 화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옥란 작가는 “물감뿐만 아니라 캔버스와 금속 마스크 등에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컴퓨터 부품이나 천연섬유 등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자연적인 식물적 물성과 석유 부산물에서 나온 키보드나 지극히 인위적인 인공물의 첨단 전자 부품들을 충돌시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물질 즉 인간과 기계문명과의 조화와 화해를 꾀하며. 극도로 단순화된 리드미컬한 구성속에서 비대칭적인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켜 표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때문에 물질문명사회의 모든 소재들은 기 작가의 열린 마음과 창의적이고 유연한 확산적인 사고를 통해 의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나 우리들에게 또 다른 영감과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준다.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트랜스휴먼-은하수와의 조우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성찰하고,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옥란 작가의 작품은 국내 전시로는 광주 벤츠 전시장, 한국전력 본사, 국군함평병원 등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기옥란 작가는 “이제 우리 모두는 오아시스 도시를 꿈꾸면서 인류공동의 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인류 생존의 열쇠이다. 저는 제 작품이 지향하는 미래적 가치를 ‘인간과 인간의 화해, 도시와 자연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사물의 화해’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동서양 철학을 넘나들며 자신의 사유를 넓혀온 기 작가는 조화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남송시대 조희곡의 “가슴에 만권의 책이 있고, 수레 발자국 말발자국이 천하의 반을 덮이도록 여행한 후에 비로소 붓을 들 수 있다”는 말과 추사 김정희의 “가슴에 만권의 책이 있어야 글과 그림이 흘러 나온다”고 했다는 말을 인용한 기옥란 작가는 “시간이 날 때 마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명상하며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나의 작품을 통해 폐쇄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더 큰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그리고 싶고, 시와 음악, 상상력을 통한 꿈과 직관이 있는 공간, 은유와 상징으로 풀어내는 공간을 구축하고 싶다.” 고 말했다.

한편 사진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기 작가는 지난 10월에는 여수에서 남미여행의 그리움을 담은 <남미, 그 미완의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구상과 추상, 오브제를 넘나드는 기 작가의 실험정신과 창작을 향한 열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통해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증가하고 있는 미래사회를 대비하고, 생명에 대한 충동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극복을 바라고 있는 대중들에게 충만한 감동을 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삶의 위안을 주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캔버스에 유목과 정착이 나은 아름답고 시적인 미래의 새로운 인간인 끝없이 진화하는 트랜스휴먼의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을 그리고 모든 관계, 소통, 교감의 이야기들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디의 “내 삶이 내 메시지다” 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내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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