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4개 도서와 오키노도리 사이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본 외무성이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 대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고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독도 방문이 있을 때마다 일본측에서 항의 내지 유감을 표시하는 행위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은 지난 10월 22일의 경우는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함이었고, 11월 26일 여야의원 8명의 독도 방문은 2016년 8월 방문했던 의원들이 지원한 예산 27억여원으로 추진된 독도환경개선 사업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정치인들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측에서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측의 태도를 보면서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북방 4개 도서와 일본 남방 1,700여 km 지점에 있는 ‘오키노도리’ 암초가 자연스레 떠오른 것은 아마도 독도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었다.

북방 4개 도서(러시아에선 쿠릴열도라 칭함)...
일본은 러시아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남쪽에 있는 에토로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쿠릴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들 섬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인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지난 칼럼에서 밝혔지만 러시아는 제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틀 후인 8월 8일 대일 선전포고를 하였고, 일본이 항복하자마자 문제의 북방 4개 도서를 점령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전제 조건으로 북방 4개 도서 반환을 요구하며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들 섬에 대한 실효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도로, 공항, 항만, 학교 시설 등을 다시 건설하거나 복구하는 '쿠릴열도 사회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007~2015년 계획을 이행한 데 이어 총 640억 루블(약 1조3천억원)을 투자하는 2016~2025년 계획도 수립해 추진중이다.
또한 러시아는 지난 2014년 9월 24일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이 이틀 전에 준공한 에토로후 신공항을 시찰하였고, 2015년 8월 22일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에토로후를 방문하였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시절인 2010년 11월과 총리 재직 중이던 2012년 7월 쿠릴 4개 섬의 하나인 쿠나시르를 방문한 바 있다.
러시아는 2016년 2월 문제의 도서에 사단 규모의 병력을 연내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11월 쿠릴 4개 섬 가운데 가장 큰 2개 섬인 에토로후와 쿠나시르에 최첨단 해안 방어 시스템 '바스티온'과 '발'을 배치했다. 그리고 2017년 7월에는 쿠릴열도 지역을 독자적인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실효적 지배를 날로 강화시키고 있다.
물론 일본측에서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그들의 계획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가고 있다.

오키노도리....
일본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km 떨어진 태평양에는 ‘오키노도리’라는 작은 암초가 있다. 이 암초는 지난 1988년까지만 해도 해면에서 높이 70cm, 가로 2m, 세로 5m에 불과해 파도가 조금만 높게 몰아쳐도 물 속에 잠겨버리곤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높이 70cm에 불과한 이 암초에 방파제를 먼저 쌓고 콘크리트를 치는 해상공사를 펼친 끝에 1993년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 원형섬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전까지 ‘오키노도리’라고 불리던 이 암초는 이후 섬이라는 뜻의 ‘시마(島’)를 붙여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로 명명하였으며, 일본은 이 섬이 자국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이런 집요함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국제해양법 신질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망간과 코발트, 니켈 등의 광물자원이 상당량 매장돼 있어 막대한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암초를 섬으로 변화시켜 확보할 수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은 무려 43만㎢로써 일본은 자신의 영토 38만㎢ 보다도 넓은 해역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주장은 오키노도리가 유엔해양법 제121조 3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는 문제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해석 문제 등 다툼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오키노도리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 작은 암초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높이기 위해 일본 중의원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오키노도리를 방문하기도 하였으며, 오키노도리가 속한 도쿄도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이 암초를 찾아 일장기를 흔들기도 하였다.

우리의 독도...
북방 4개 도서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의 여러 가지 조치와 오키노도리라는 암초에 대한 일본의 집요한 노력들을 보면서,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필자 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2018년도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동해 바다의 물결이야 겨울철을 맞아 차가워지겠지만, 독도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만은 더욱 뜨거워지기를 바라면서...
독도의 안녕을 빌어 본다.

2017년 7월 러시아가 경제특구로 지정한 북방 4개 도서(출처 연합뉴스)
2017년 7월 러시아가 경제특구로 지정한 북방 4개 도서(출처 연합뉴스)
일본이 1988년부터 1993년까지 공사를 벌여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으로 변화시킨 ‘오키노도리’
일본이 1988년부터 1993년까지 공사를 벌여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으로 변화시킨 ‘오키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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