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과거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지상파 3사 채널에 한정되었던 것에 비해, 현재의 시청자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장소나 시간 무엇보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시간에 맞춰 본방송을 시청하는 것보다 재방송이나 다시보기 VOD를 이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특히 VOD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제작사는 종합유선방송과 IPTV를 넘어 OTT서비스 등 신규 플랫폼으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VOD시장이지만, 콘텐츠 제작사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서비스 이용자의 이용행태로 인해 콘텐츠 제작사가 겪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방송콘텐츠가 방송 종료와 함께 불법 다시보기 사이트나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불법적인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이에 콘텐츠 제작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VOD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VOD 이용률은 5.23%에 불과했지만 5년 후인 2016년을 기준으로 VOD 이용자 비율은 24.7%로 증가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유료방송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이는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으며 매출액 규모도 매년 상승하고 있어 VOD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VOD 시장이 마냥 성장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순 없다. 현재 대부분의 불법 무료 콘텐츠는 본방송이 종료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해당 동영상이 업로드 되고 있다. 구글 트렌드 검색결과는 △시간흐름에 따른 관심도 △지역별 관심도 △관련검색어 등을 데이터화 하여 보여주는 수치로, 이를 기초해 특정 드라마 몇 가지를 선정하여 검색한 결과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드라마 본방송이 끝난 뒤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결과만 보면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끝난 뒤 남은 여운을 해소하고자 관련딘 기사나 게시글 등을 찾아본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검색어를 살펴보았을 때 유독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날짜와 ‘토렌트(Torrent)'이다.

토렌트는 P2P파일전송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에서 콘텐츠 불법 유통에 활용되는 채널 중 하나이다. 드라마명과 날짜 그리고 이를 조합해 검색하면 불법 업로드 동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월화드라마, 주말드라마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본방송이 종료하는 동시에 업로드 되는 불법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방송복제물은 토렌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유통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토렌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웹하드와 스트리밍 전문사이트를 통해서도 꾸준히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과 콘텐츠 이용자들의 행태는 정책적으로도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여러 방송콘텐츠가 온라인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어 제작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무단으로 불법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온라인 불법 복제물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웹하드와 방송사 간 제휴가 확대되면서 웹하드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는 감소했으나,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는 링크 방식으로 연결해 한류 콘텐츠를 불법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유통되고 있는 불법 방송복제물은 약 4~5억 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10.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이용자 행태를 살펴보면 추산된 금액보다 콘텐츠 제작사가 받게 될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방송콘텐츠의 해외 판매권에 대해서도 피해가 생긴다. 대부분의 불법 유통 사이트들은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 방송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이용자를 유인한다. 이는 합법적인 시청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해외 판매권 수입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미 불법 콘텐츠를 통해 많은 잠재 수요자들이 콘텐츠를 시청하였기 때문에 콘텐츠 수입사업자가 판매권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가 알지 못하게 실시간으로 불법 콘텐츠는 공유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러한 시청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합법적인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이에 따른 더 나은 방송콘텐츠 제작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방송콘텐츠 이용자의 올바른 콘텐츠 이용을 유도하고, 온라인 불법 유통 방송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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