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모바일을 통한 미디어 소비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점점 기존의 유료방송을 외면하는 ‘코드커팅(Code-Cutting)'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12.9%에 달하는 인구가 기존 유료 TV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며, 전문가들은 2022년에는 20.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해외 방송사 일부는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욱 적극적인 방식을 활용하여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콘텐츠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보통 ‘양방향 서비스’, ‘모바일 퀴즈 쇼 앱’, ‘숏폼 동영상’ 등의 형태로 드러난다.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 이하 폭스)는 지난 9월 양방향 온라인 방송 스타트업인 카페인(Caffeine)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자회사인 폭스 스포츠와(Fox Sports)와 카페인을 통해 벤처 형태인 카페인 스튜디오(Caffeine Studios)를 새롭게 출범했다.

카페인은 현재 ‘게임’과 ‘e-스포츠’를 중심으로 실시간 양방향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위치(Twitch), 유튜브 게이밍(YouTube Gaming)과 유사하지만, 향후 음악 콘서트 생중계 분야로도 진출할 예정이며, 카페인 스튜디오를 통해 여타 스포츠 종목에 대한 실시간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Sky)도 최근 양방향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 예로 스카이는 지난 8월 유튜브와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해 ‘더 풋볼 소셜(The Football Social)’이라는 라이브 쇼를 선보였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 리그 기간에 맞춰 개시된 해당 서비스는 베팅에 대한 팁과 제안을 다루는 토크쇼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시청자들은 지정된 플랫폼의 채팅 기능을 사용해 진행자와 소통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등장한 퀴즈쇼 앱 ‘HQ 트리비아(HQ Trivia)’는 미디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존 TV 퀴즈쇼와는 다르게 시청자와 더욱 가깝게 소통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냈기 때문이다. 일부 방송사들은 HQ 트리비아에 대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주목해 이를 모방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폭스는 지난 8월 ‘FN 지니어스(FN Genius)'를 출시했으며, 워너 미디어(Warner Media) 산하 미국 방송 채널 TBS도 2018년 9월, 생방송 퀴즈쇼 앱 ‘디스 이즈 낫 어 게임: 더 게임(This is Not a Game: The Game, 이하 더 게임)’을 출시했다.

모바일 퀴즈쇼 앱은 기본적으로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광고주들에게는 추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방송사들은 기존 TV 방송사업에 다수의 광고주와 광고 산업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 광고 유치에 더욱 유리할 것이다.

짧은 시청 분량의 ‘숏폼(Short-Form)' 동영상은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소비층에게 더욱 가깝게 접근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영국 BBC는 약 2~4분 가량의 동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 ’BBC 아이디어즈(BBC Ideas)‘를 출시해 죽음에 대한 성찰, 금기에 대한 도전 등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소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BBC 아이디어즈 편집장 베단 진킨슨는 해당 플랫폼을 게시한 후 3개월 동안 숏폼 동영상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실제로 아이디어즈 평균 동영상 시청 완료율은 65%에 달하며 일부 동영상들은 85% 이상의 시청 완료율을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BBC 아이디어즈는 베타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의 수익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의 미디어 그룹 바이어컴(Viacom) 또한 최근 숏폼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바이어컴은 산하 케이블 채널 브랜드 MTV, 니켈로디언(Nickelodeon), 코미디 센트럴(Comedy Central)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숏폼 동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 콘텐츠를 소비하기 원하는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특히 끌 수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나 혐오물 등이 범람하는 현 미디어 시장에서 무엇보다 안전하고 바람직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자사 플랫폼보다 유튜브가 숏폼 동영상을 소비하기 위한 최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많은 방송사가 유튜브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경향이 반복될 시 결국은 유튜브 생태계에 고품질의 콘텐츠를 채워주는 셈이기 때문에 결국 숏폼 동영상 전략은 남 좋은 일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이 차세대 TV로 부상하면서 광고주들을 비롯한 방송사들 역시 시청자를 만나기 위해 인터넷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기존 TV 채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기존 방송사들이 인터넷 생태계로 발을 딛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방송사가 차세대 TV로서 인터넷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작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양방향 서비스, 모바일 퀴즈쇼, 숏폼 동영상 등은 모두 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는 기존 TV방송 제작을 통해 쌓아온 역량을 활용하여 다른 뉴미디어 진영이 범접할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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