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와 산수를 벗하며 자연을 관조하다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로부터 자연은 인간의 삶 그 자체였다.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사상의 근원은 자연 속에 내재되어 왔으며 이러한 자연관은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모든 삶과 사회,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구한 동서양 미술의 역사를 살펴 보더라도 자연이 전해주는 끝없는 생명력과 그 내적인 교감을 통한 정신적 미감의 표출은 회화예술이 지닌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예술가는 있어도 장인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서정적이고 정감 넘치는 다양한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혜촌 윤종호 화백이 바로 그 주인공. 윤종호 화백은 수묵의 깊이와 번짐을 응용한 기법으로 전통산수화의 맥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열정으로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그는 한국화단의 역량 있는 미술인으로 오랫동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왔다. 
 
풍요로운 정신세계와 깊고 오묘한 동양화의 철학에 깊이 감동해 삶의 의미를 동양화에 부여하게 됐다는 윤종호 화백은 발밑의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존재의 의미를 새기며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유입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화폭에 채우고 있다. 윤 화백은 “실경산수와 현대산수를 벗하며 자연을 관조하고 그 속에 용해되어 인간과의 조화와 합일을 도출하는 일은 고뇌인 동시에 정신적 풍요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사실적인 묘사에 능한 윤종호 화백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창의적이고 탁월한 구성력과 뛰어난 묘사력으로 표현해내고 있으며 여백의 미가 있는 산수화를 통해 편안함과 서정적인 느낌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묵향이 물씬 풍기는 작업실에는 이러한 그의 고뇌와 노력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데 완성된 작품과 작업 중인 작품만 해도 대략 수백여점에 달한다. ‘무릉폭포 빙계’, ‘구룡폭포’, ‘옥류담’, ‘만물상 절부암’, ‘내금강 보덕암’ 등 보는 순간 묘한 이끌림에 시선이 고정되는 그의 작품은 바라볼수록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데 이는 장구한 세월을 붓과 함께 해온 탄탄한 ‘내공’과 ‘역량’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수묵담채 위주의 작업을 하던 것에서 현재는 채색을 통해 현대적인 작품에도 기울이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윤종호 화백은 “작가는 작품 수보다는 무릇 얼마나 작품성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한 작품을 하더라도 밀도 있게 작업하며 혼이 묻어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작품관을 밝혔다. 

일상의 소소한 자연 하나도 소중히 다루고 화폭의 소재로 삼을 만큼 특정한 하나의 요소에 편중되지 않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전통 기법에 구애됨없이 자연을 노래하고 있는 그는 수시로 산행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고 있다. 자연 앞에서 겸허함을 배우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색다른 경험에 늘 가슴이 설렌다는 윤 화백은 “산에 오르면 옆에 두고도 가까이 하지 못했던 것, 너무 가까이에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 마음에 두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며 우리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윤종호 화백은 영남대 박물관 아트페이스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을 비롯해 대백 전시관 단체전, 해외 교류전 등 다양한 전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환경미협 회원으로 활동하며 독도국제미술제에 독도 수호 의지를 담아 불사조를 표현한 작품을 출품해서 화제를 모았고, 4년 전부터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 기원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면에 흐르고 있는 감성, 생활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정서, 이런 친숙한 생활양식과 정감이 표현으로 녹아있는 한국화의 기조와 본질적인 뿌리를 지켜갈 것”이라는 윤종호 화백은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산하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내 작품을 보는 모든 이의 가슴에 잔영으로 남아 한국화 저변 확대에 일조하겠다.”고 의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