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뒤에 어리는 광개토대왕비문 왜곡의 어두운 그림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17일 고교에서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교육을 의무화하는 시기를 당초 2022년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학습지도요령 이행조치를 마련해 공고했다고 한다.
문부과학성은 또 이 학습지도요령을 토대로 일본의 독도영유권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도 이날 발표했고,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일본공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한다.
독도에 대한 일본측의 이러한 행위를 보면서 필자는 광개토대왕비문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 왜곡의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1889년 6월 일본 아세아협회가 발간한 『회여록(會餘錄)』 제5집에서 광개토대왕비의 내용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미 1880년경 발견된 광개토대왕비는 일본 육군참모본부 사까와 가께아키(酒匂景信) 중위가 제공한 쌍구가묵본(雙鉤加墨本 : 비면이나 탁본 위에 종이를 대고 글자의 형태를 베낀 후에 글자의 주변을 먹칠하여 글자의 윤곽이 하얗게 드러나게 한 가짜 탁본)이 요코이 슈우초쿠(橫井忠直)의 석문(釋文)과 함께 발표되면서, 문제의 ‘신묘년 기사’를 통해 당시 명치유신 이후 조선침략을 노리던 일본에게 역사적인 명분을 제공하게 되었다.
신묘년 기사는 광개토대왕비문 제1면 8행과 9행에 있는 것으로 일본측에서는 이 부분을 ‘백잔(백제)과 신라는 예부터 속민으로써 조공을 바쳐왔었다. 그런데 왜가 신묘년(391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잔(백제)과 신라를 파하여 신민으로 삼았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음에도 아직 명확하게 그 내용이 확정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비석이 세워진 시기가 서기 414년으로 1,700여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비문의 글자를 분명하게 판별하기 어려울 만큼 마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이 주장하는 신묘년 기사 내용은 우리나라 역사서나 중국의 사서에는 단 한 자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시 동북아시아의 패주인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고구려 자국의 역사적 기념물에 아직 국가로서의 ‘일본’이란 명칭도 가지지 못한 ‘왜구(倭寇)’의 활동을 칭송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 의한 왜곡된 신묘년 기사 내용은 1910년 8월 강행된 한일병탄의 단초로 작용하였음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제 오늘의 시점에서 독도를 바라보자면 금년들어 단행된 일본측의 행위를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1월 25일에는 일본 도쿄 중심부인 히비야공원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자료들을 전시하는 “영토·주권 전시관”을 개관하였고, 2월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할 남북 단일팀의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기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이 주관하는 ‘다케시마(竹島, 우리의 독도)의 날’ 행사에는 차관급 정부 인사를 6년째 파견하였고, 3월 30일에는 작년 초중학교 학습지도 요령 개정에 이어 고교 지도요령도 개정하여 초중고교에 걸쳐 독도에 대한 영토 왜곡 교육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독도 왜곡 교육을 2022년부터 시행하려던 것을 3년이나 앞당겨 내년부터 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조치는 결코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필자는 일본측의 행위가 매우 엄중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명명백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반을 둔 허황한 주장을 버리지 않고 이를 자국의 미래세대에 주입한다면 이는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라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날 오후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일본공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독도 왜곡 교육을 초중고교 전체에 대해 시행할 수 있도록 수년간에 걸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 차원의 홍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성명이나 논평을 내고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조치가 전부이다.
독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의 행위가 이런 형식으로 반복되면서 10년, 20년, 30년이 흘러 간다면 많은 세월이 흘러간 뒤에 과연 우리의 후세들은 독도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독도에 대한 일본의 행위를 보면서 광개토대왕비문 해석을 왜곡하여 한일병탄의 역사적 단초를 만들었던 지난 시기의 불편한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필자 만의 감정이  아니길 간절히 소망한다.

자료사진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 연합뉴스

2017년 6월 21일 = 문부과학성,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일본 영유권 및 한국 불법 점거 내용 포함. 중학교 공민 해설서에는 독도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서 방문 제한과 선박 나포, 선원억류 등이 이뤄져 과거 일본측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내용 포함.

▲ 2018년 3월 30일 = 문부과학성,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고교학습지도요령 개정. 고교 역사총합(종합)과 지리총합, 공공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함.

▲ 2018년 7월17일 = 문부과학성, '독도 영유권 교육 의무화' 내용의 고교 학습지도요령 시행 시점을 2022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이행조치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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