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지난 2016년 전 세계를 강타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 출시 이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증강현실 기술이 활용되는 가운데 특히 일기예보, 스포츠 중계 등을 중심으로 한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의 활용이 눈에 띄게 주목받고 있다.

방송 분야에서의 증강현실은 사용자와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모바일 증강현실과는 달리, 단방향적인 성격을 지닌다. 포켓몬 고와 같이 사용자가 모바일 화면에 나타난 3D 이미지를 사용하고 활용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증강현실을 제공받는 것에 가깝다. 증강현실이 적용된 방송은 시청자에게 더욱 직관적이고, 몰입도 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지금은 특히 해외 방송사들의 경우에는 일기 예보, 스포츠 중계 등 많은 양의 정보 전달을 요구하는 방송에서 이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제공) 유튜브 ‘The Weather Channel’ 일기예보 방송 캡쳐
(제공) 유튜브 ‘The Weather Channel’ 일기예보 방송 캡쳐

미국의 일기예보 전문 방송인 ‘The Weather Channel’은 증강현실을 적극 도입해 더욱 실감나는 기상 상태를 제시함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캐스터의 손동작에 따라 움직이는 3D 이미지를 연출했고, 태풍이나 낙뢰 등 피해 규모가 큰 기후를 가시적인 콘텐츠로 제공함으로써 대중에게 그 위험성을 실감나게 제고했다. 최근 방송 전문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솔루션을 보유한 The Future Group과 파트너십을 맺어 향후 증강현실을 뛰어넘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형태의 일기예보 방송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다.

 

(제공) 유튜브 채널 ‘Vizrt Official’ 방송 영상 캡쳐
(제공) 유튜브 채널 ‘Vizrt Official’ 방송 영상 캡쳐

아랍에미리트의 대형 뉴스 방송사인 ‘AI Arabiya’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중계방송을 위한 증강현실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아랍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AI Arabiya는 두바이 MBC 사옥을 ‘증강현실 전광판’으로 활용해 선거 개표 실황을 시각화한 이미지를 두바이 MBC 건물에 중첩시켰다. 또한 사옥 인근 호수에 증강현실로 백악관 이미지를 구현하여 대선 현황을 직관적으로 제공했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경우에도 개표 실황을 증강현실로 구현한 다양한 이미지들로 재미있게 진행해 ‘공중파 3사 개표 방송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의 ‘Fox Sport’는 NFL 경기 중계에서 증강현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 위에 경기 득점 현황이나 선수 정보를 증강현실로 시각화한다. 또한 원근법적인 요소를 적용해 화면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증강현실 이미지 역시 다른 각도에서 보여지게 하여 3D 그래픽 게임에 익숙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인 TBS 역시 e스포츠 중계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은 e스포츠 리그인 ELEAGUE의 경기장 실황을 중계하며 게임 속 캐릭터들을 증강현실로 구현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의 인기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팬들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을 스포츠에 도입할 경우 헤드셋과 연결되는 하드웨어 장치의 높은 가격으로 대중화가 어렵지만, 증강현실은 일반적인 모바일 단말과 TV를 통해 제공될 수 있어 스포츠 중계 영역에 훨씬 유리한 기술이다”라고 시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증강현실은 많은 양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개표방송과 일기예보 같은 정보가 중심이 되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방송에도 시청자의 몰입도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장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스포츠 중계에서도 시청자가 경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경기를 보는 재미도 한층 높이고 있다.

요즘과 같이 1인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히 활동하여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할 수 있는 지금, 증강현실은 방송사들에게 이들과는 다른 차별되는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개인이 증강현실과 같은 수준 높은 기술을 다루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을 방송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그래픽 기술과 스튜디오 등이 필요한데 이를 1인 크리에이터들이 개인적으로 구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융합 방송은 시청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The Weather Channel의 모회사인 The Weather Company의 2016년 시청자 패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증강현실이 적용된 날씨 및 교통 방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64%는 방송사에서 증강현실에 기반한 날씨가 교통 정보를 제공한다면 해당 방송 채널에 더욱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모바일과 같이 동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 방송사들이 갖출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송사들에게 새로운 광고 수익 창출이라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광고 건너뛰기를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증강현실로 구현된 이미지의 광고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광고주들이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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